[사설] 김일성 친·인척 서훈 논란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2017-07-05     매일일보
[매일일보] 김일성 친·인척 서훈 문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가보훈처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2012년 김일성의 외삼촌 강진석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했다고 지적하면서 비롯됐다. 박 의원은 김일성 부모에게도 훈장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박승춘 보훈처장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의 질의 요지는 보훈처가 2012년 김일성 외삼촌 강진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취소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었는데 김일성 부모에게 훈장을 줄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논쟁으로 비화됐다.박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일성 친·인척에게 훈장을 줄 수 없다는 것은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결론이라고 주장한 것도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보훈처는 서훈 심사가 개인의 공적과 행적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2005년 참여정부 당시에는 박 의원이 언급한 ‘김일성의 친·인척 서훈 금지’에 대한 어떤 내용도 결정된 바 없었다고 해명했다.이번 논란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했던 김일성 친·인척에 대한 공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그 핵심이다. 김일성은 6·25을 일으킨 동족상잔의 책임자다. 그 이후 북한을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국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일제강점기 공적만을 감안해 독립유공자로서 서훈을 내리는 게 타당하냐에 대해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린 바가 없다.다만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사회통합 차원에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해 독립유공 포상을 실시했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광복 60주년에 더욱 확대했을 뿐이다.보훈처는 현행법상 서훈심사가 당사자의 공적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의 친·인척 여부는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일성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서훈에서 배제하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의원도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와 김일성 친·인척에 대한 평가는 구분돼야 하는 만큼 적어도 통일 이전까지는 김일성 친·인척에 대한 서훈은 유보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문제는 관련법만 개정되면 논란을 해소시킬 수 있다.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통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진보진영이 연좌제와 다를 바 없다고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 않는가. 정부 입법이든 의원 입법이든 조속히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소모성 논쟁을 하루속히 마무리 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