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군자를 버린 논어’
역대 논어 중 가장 급진적인 우리말 번역으로 재탄생
2017-07-06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이 책은 공자의 논어를 완역한 책이다.즉, 논어에 ‘관한’ 책이 아니라 논어다. 그런데 아마 지금까지 보아온 논어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를 것이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21세기 한국어만을 번역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조선왕조실록 재번역 작업에 참여하는 소장 여성 한학자 임자헌씨가 종래의 고답적인 ‘원문-현토’ 방식이나 ‘고문체(古文字體)’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 혁신적인 한글 번역을 『군자를 버린 논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실생활에서 쓰이지 않고 의미가 모호한 추상적인 옛 용어들을 모두 현대적인 용어나 일상어로 옮기고, 문체 면에서도 불필요한 엄숙주의를 걷어낸 경쾌한 구어체를 사용했다. 공자의 캐릭터도 형식보다는 본 질을 중시했던 공자의 본모습에 맞게 친근하고 소탈하게 살렸다.번역의 결과는 놀랍다.대화의 정황이나 맥락이 생생히 드러나 별도의 해설이 없어도 될 만큼 잘 읽히면서 논어 원문이 담고 있는 본래의 뜻은 뜻대로 고스란히 살아난다.제목이 암시하듯이 『군자를 버린 논어』에는 논어의 상징과도 같은 단어 ‘군자(真君子)’가 등장하지 않는다. ‘군자’뿐만이 아니다. ‘사(士)’ ‘소인(木偶人)’ ‘예악(禮樂)’ ‘인(仁)’ 등 관습적으로 논어 번역에 사용되어온 많은 고색창연한 단어들이 모두 사라졌다.이 단어들은 맥락에 따라서 ‘진정한 지성인/리더’ ‘지식인’ ‘좀생이’ ‘문화 예술’ ‘진정한 사람다움’ 등으로 옮겨진다. 문장 속에 워낙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떤 단어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의식되지 않을 정도다.『군자를 버린 논어』가 이런 번역 자세를 취한 것은 이 ‘곰팡내 나는 단어’들이 현실 언어생활에서는 ‘이미 죽은 말’이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머리말에서 ‘당신은 지난 1년 동안 군자라는 단어를 몇 번 사용했느냐’는 질문을 던져, ‘이 책이버리기 전에 우리의 삶이 이미 그 단어들을 버렸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물론단어만 버렸을 뿐, 옛사람들이 그 단어 속에 담으려 했던 이상적 인간상이나 가치, 그에 대한 소망까지 우리가 버린 것은 아니라는 이중적인 상황도 일깨운다.그동안 논어를 살아 있는 현대의 언어로 번역해야 할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나온 번역본도 많지만 이들 구태의연한 용어의 장벽만은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그때문에 독자는 한글로 번역된 논어를 읽으면서도 마치 외국어를 해독할 때와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옮긴이는 이렇게 말한다. “혹시 당신이 한때 논어를 읽기로 마음먹었다가 몇 줄 읽지 못하고 내려놓았다면 그건 당신 탓이 아니었을가능성이 크다.” 논어를 읽는 것은 2500년 전 공자 시대의 잡다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읽기 위해서다. 논어는 모든 종류의 권장 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책이다. 최근, 공무원 임용 시험에 추가된 인문학 면접의 대상 도서에도 당연하게 포함되었다.지은이 공자 / 옮긴이 임자헌 / 384면 / 가격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