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수저들의 세상’ 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한다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부자들의 삶은 언제나 ‘보통사람들’에겐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다. 베일에 싸인 ‘그들의 세상’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부자들의 단면을 통해 유추해보며 궁금증의 일단을 해소할 뿐이다.
그런 가운데 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16 한국 부자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가 1년 새 16%나 늘어 21만1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의 증가 속도도 갈수록 빨라져 2014년 증가율 8.7%의 1.8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의 0.41%에 불과한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476조원에 달해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15.3%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자산만 200억원 이상을 가진 ‘최상위 자산가’의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11년 이후 200억~300억원을 보유한 부자는 연평균 14.1%씩 늘어났다.
반면 10억~30억원 미만을 보유한 부자는 10.1%로,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부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소위 ‘금수저’들이기 때문이다.
자산 축적방법에서 사업체 운영이 38.8%로 가장 많았지만 부모의 증여나 상속이 26.3%로 2위에 올랐다. 전통적인 자산 증식방법인 부동산 투자(21.0%) 등을 앞지른 것이다.
특히 총자산 규모가 클수록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부를 축적한 금수저 비중이 더욱 컸다. 30억원 미만 부자의 경우 자산 형성의 가장 주된 수단이 사업체 운영(34.0%)인 반면 1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부모의 증여·상속(40%)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73%가 ‘자녀세대는 자수성가하기 힘들어졌다’고 인식하고 있고 이런 인식에 따라 손자·손녀를 상속 및 증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번 조사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등을 떠도는 막연한 우스갯소리 정도로 받아들였던 ‘수저론’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진실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서글픈 순간인 것이다.
같은 날 이혼소송 중인 국내 최고 그룹의 한 오너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놓고 또다른 소송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통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놓고 부부가 벌이는 ‘세기의 소송전’이 왠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결국 행복은 곳간에서 나는 것은 아니라는 반전의 희망에 보통사람들이 힘겨운 오늘을 살아낼 힘을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구조조정 등 우울한 현실 속에도 국민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정부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가난한 부모의 자녀들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