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식회계 과징금 상향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 방지다

2017-07-07     매일일보
[매일일보] 금융위원회가 회계 부정 사건을 저지른 기업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을 개정했다. 금융위는 이번 주 중에 개정된 규정을 고시하고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앞으로 분식회계를 한 기업은 수백억원대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제라도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지금까지는 아무리 오랫동안 대규모 분식 회계를 저질러도 한 차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최대 20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했다.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 대우조선해양도 20억원만 내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다.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위의 이번 업무규정 개정은 국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하고, 기업의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새 규정에 따르면 분식 회계가 진행된 기간의 사업보고서(연간)와 증권발행신고서가 발행될 때마다 한 차례의 위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어떤 기업이 5년간 분식회계를 자행하면서 5차례의 사업보고서를 내고 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5차례 했다면 총 200억원(10회×20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된다.분식회계는 어느 나라나 겪는 골치 아픈 문제다. 지금도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게 미국의 ‘엔론 사태’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에너지 회사 엔론(Enron)은 당시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회사였다. 미국 경제 잡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내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선정됐을 정도로 우량기업이었다. 그런 엔론이 2001년 12월 갑자기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득을 사실인 것처럼 부풀렸고 출처를 알 수 없는 회사를 만들어내 빚을 숨기는 등 분식회계를 하다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미국 비즈니스계와 투자가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결국 엔론은 2004년 파산했고, 경영진은 징역 2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엔론의 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시카고의 아서앤더슨 회계법인도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은 미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고, 분식회계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금융위는 과거 주요 분식회계 사건에 새 규정의 산식을 적용해 본 결과 과징금 부과액이 평균 4배가량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새 규정은 소급 금지 원칙에 따라 고시일 이후 위반 사례에만 적용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새 규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뒤늦게라도 제도 보완을 통해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은 금융당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소임이다. 그렇지만 이번 규정 개정도 결국은 사후 약방문이다. 분식회계 과징금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차제에 사전에 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세금이 헛된 곳에 쓰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