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에 지원책부터 요구하는 의원 집권당 맞나
2017-07-13 매일일보
[매일일보] 국방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읍 성산리의 공군 방공기지인 성산포대로 최종 확정했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인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이날 정부의 발표에 앞서 지역민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집권여당 의원들이 앞장서서 정부에게 돈부터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이날 회견문에는 TK 의원 25명 중 모두 21명이나 서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도 참여했으며 주호영 강석호 김광림 조원진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서명에 동참했다. 그러나 대표적 사드 찬성론자인 유승민 의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의원도 서명하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불참했다.4·13총선 공천 과정에서 유 의원에 대한 탈당을 강요하다시피 한 친박계의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셈이 됐다. 반면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힘들게 살아 돌아온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을 지지한 모양새다.성주군민 5000여명은 이날 오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범군민궐기대회를 열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황인무 국방부 차관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사드 전문가들을 성주군과 경북 도청에 급파, 사드배치의 불가피성과 지역 지원 대책 등을 설명하기로 했지만 김항곤 성주군수는 면담을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서 정부 정책을 돈으로 무마시키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성난 민심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인센티브부터 요구하고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이들이 발표한 회견문에는 선정 기준을 소상히 밝히고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할 것과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진실을 국민과 주민에게 알릴 것 등도 있다.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한 국책 사업 진행 등 인센티브를 먼저 마련하고 배치 지역을 발표할 것을 요구한 것은 사드 배치권을 돈 주고 사가라는 것과 무엇인 다른가. 사드 배치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문제다. 사드를 이용해 지역민의 환심을 사겠다는 발상을 했다면 집권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自問)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