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의 공복(公僕)? 국민의 공분(公憤)!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공직자(公職者)의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국가 기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국가기관에 몸을 담고 월급을 받는 생계활동을 넘어 국가를 대신해 각종 법안과 제도, 정책을 결정하는 통치행위를 하기에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그 만큼 고도의 윤리의식도 요구된다.
그런데 최근 공직자들의 잇딴 막말과 탈선이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힘을 줘도 모자랄 판에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신과 염증을 되레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일컫는 ‘헬조선’이라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한다.
겉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짐짓 점잖은 척 거들먹거리지만 뒤로는 국민 99%를 개·돼지로 여기며 무시하고 조롱하는 사람이 국가의 고위공무원, 그것도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교육부 정책기획관이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는 개·돼지들이 낸 세금으로 호위호식하며 미국 굴지의 대학에서 3년간 연수까지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육전문가들이 현행 입시제도의 부당한 점을 지적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던 까닭도 이제야 알 듯하다. 신분제가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입시제도의 덫에 우리 아이들이 걸려들어 허우적대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근 5년간의 서울대 입시를 분석한 결과가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서울 출신이 매년 40%이상을 차지했고 이 중 강남·서초·송파를 합한 이른바 강남3구 출신이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시골 아이들의 서울대 진학을 원천적으로 막아 신분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음모의 산물은 아닐런지….
실제로 자식을 대학에 진학시켜본 학부모들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전형에 혀를 내두른다. 결국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아이의 학교를 결정하는 것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이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돼 버린 이유도 같은 맥락은 아닐까.
허탈해하는 국민들에게 120억원에 달하는 ‘주식 대박’을 낸 한 부장 검사의 얘기는 더욱 큰 상실감을 준다. 해명이라는 것이 “한 게임회사 창업주에게 4억2500만원을 그냥 받았고 그것이 올라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게 고작이다. 12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4억2500만원도 국민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거액이다.
설사 아무리 푼돈이라도 국가의 대표적 권력기관인 검사가 그냥 받아서는 되는 돈은 없다.
같은 날 강남의 일선 경찰서 직원들은 유흥업소의 단속 정보를 미리 흘려주고 뇌물은 물론 성상납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모두가 어쩌면 시험으로만 공직자를 뽑는 제도의 맹점은 아닐까? 9급 하위직 공무원에서 고시에 합격한 5급 사무관까지 시험 성적으로만 선발하다보니 최소한의 윤리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이다.
그 자리의 중요성만큼 먼저 인성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전문지식은 그 다음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직자들의 비리를 일시적 기강해이로 치부하고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린다면 제2의 나향욱, 진경준을 막을 수 없고 더 큰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은 지금의 상황을 부릅뜬 눈으로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