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조연(助演)에서 주연(主演)으로!

2017-07-15     부산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장 이옥자
[매일일보] 지난 5월, 도시철도 부산역사 내에 평소 심장질환이 있던 A씨가 쓰러져 있었다. 당시 역사 내를 순찰 중이던 사회복무요원이 이를 발견하고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 또한 구급대 도착 전까지 의식 상태를 확인하고 심장마사지를 실시하는 등 초기대응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월에는 남포동역 하선 승강장에서 술에 취한 B씨가 난동을 피우고 있는 것을 CCTV로 확인한 사회복무요원이 동료들과 함께 B씨를 제압하고 격리한 후, 경찰에 인계했다. ‘묻지마’ 범죄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혹시나 있었을지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소방서에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심폐소생술을 통해 인명을 구조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사회복지시설에서 가족들도 하기 힘든 치매 어르신들을 목욕시키고, 식사를 옆에서 돕기도 한다. 특수학교에서는 장애 학생들의 등하교부터 다양한 학습활동을 지원하고, 지자체에서는 부족한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들을 보조하며 달동네의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에게 쌀과 같은 생필품을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 장마철에는 축대 붕괴나 산사태 우려가 없는지 순찰하기도 하고 방역·소독·식품위생 등 주민건강사업 활동도 지원한다.이렇듯 우리 사회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력과 흘리는 땀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현재 부산과 울산지역에만 4천8백여 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복무하고 있다. 그 중 2천9백여 명이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서 복무를 하고 있다. 이미 급증하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수요를 메꾸는 한편,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사회안전망 확충에 큰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노력과 땀 역시 충분히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사회복무요원들이 비록 현역병처럼 국토방위를 위해 총을 들고 밤을 지새우지는 않지만, 우리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서 그들만의 봉사와 헌신을 통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의 일탈 행동만으로 사회복무요원 모두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몸이 아프거나 나름의 사정으로 현역복무를 할 수 없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이들에게 선입견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 있을까?사회복무요원들을 만나서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주위의 시선이라고 얘기한다. 극히 일부 사회복무요원들의 일탈행동들로 인해 대부분 성실하게 복무하고 있는 그들이 함께 국민들의 비난을 받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그들의 제복에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복무제도가 우리보다 훨씬 먼저 도입된 독일의 경우 ‘사회복무요원 없는 독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사회의 순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사회복무요원 역시 사회복지 분야를 비롯한 각종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노력이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복무요원이 복지시설에서, 소방서에서, 동사무소에서, 특수학교에서, 지하철 등에서 흘리는 땀에 박수와 격려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문제다.이제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응원을 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복무요원이 단순히 현역복무를 대체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조연의 역할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격려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주연으로서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