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개방주의자들의 '엉터리 쇄국론'

국민동의도 구하지 않고 정보공개도 거부, 누구 권한인가

2007-08-14     매일일보닷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하는 정부측 논리가 극히 단선적이고 비약적이다. 반대=쇄국, 쇄국=망국이라는 등식화이다. 구한말의 쇄국론자를 들썩이며 자급자족형 폐쇄경제로 가자는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신중론자나 반대론자를 거침없이 매도한다. 심지어 협상최고책임자라는 사람은 북한, 리비아, 쿠바, 이라크 등 폐쇄를 선택한 국가들이 성공했다는 증거를 대보라고 윽박지른다.한 세대 이전이라면 이런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 때는 달러나 양담배를 소지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었다. 외제 물건은 암시장에서나 거래됐다. 일반인의 해외여행은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가입국이자, 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입국이다. 개방의 문호는 열릴 대로 다 열렸다. 이렇게 현실인식이 천박한 사람들이 빈약한 논리로 협상을 추진하니 결과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20년 이상에 걸친 미국의 통상압력에 의해 내줄 시장은 거의 다 내주었다. 그 과정은 4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그 첫째가 1986년 7월 발표된 ‘301조 일괄타결’이다. 미국은 국내법인 통상법 301조를 동원하여 모든 분야에서 시장을 열라고 연쇄포화를 퍼부었다. 19세기 포함외교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당시 곤경에 처한 전두환 정권은 여론악화와 미국압력에 끼이자 보도통제를 통해 협상과정을 비밀에 붙였다. 그리곤 한꺼번에 미국의 통상압력을 수용해 버렸다. 그것이 ‘301조 일괄타결’이다.   그 때 양담배는 흡연을 허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매청까지 민영화했다. 영화도 수입자유화에 머물지 않고 미국업자에게 배급권-제작권까지 허용했다. 소값 폭락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쇠고기 시장도 내줬다. 광고대행업, 무역업도 열리고 보험시장도 개방됐다. 각종 공산품의 관세율도 내렸다. 당시 저작권법은 보호기간을 사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에 따라 50년으로 연장됐다. 미국은 FTA를 통해 다시 70년으로 늘리라고 압박한다.  그 둘째 단계는 1995년 1월 WTO 출범이다. 국경 없는 세계경제는 미국의 세계화 전략이다. 자국의 상품-용역-기술-자본-인력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군사력을 철폐하여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양자간 협상과 다자간 협상란 쌍칼로 시장개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자간 협상인 UR가 1993년 12월 타결되고 1년이 지나 WTO가 출범했다. 이에 따라 쌀 시장이 제한적으로 열렸고 나머지 농축산물도 관세화로 개방됐다. 자본-금융-외환시장의 문도 활짝 열렸다.  그 셋째 단계가 1996년 12월 OECD 가입이다.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가 미국의 발전전략인줄도 모르고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더니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이 기구에 가입했다. 선진국 수준에 맞춰 금융-자본-외환시장에도 추가적 개방이 이뤄졌다. 대비책 없는 무리한 개방을 틈타 투기자본이 통제 없이 들락거리더니 금융위기-외환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1997년 11월 경제주권을 포기하는 IMF 관리체제가 도입됐던 것이다.  넷째 단계라고 볼 수 있는 IMF 사태는 산업구조-사회체제를 바꾸어 놓았다. 은행은 거의 외국자본에 넘어갔고 주식시장도 외국자본이 45% 가량 장악하고 있다. 이름난 재벌기업도 따지고 보면 외국인이 대주주이다. 외국자본의 돈벌이를 위해 이자제한법도 폐지됐다. 대형빌딩은 상당수가 외국인 손에 넘어 갔다. 내국인도 해외송금이 얼마든지 가능하여 미국에서 집도 살 수 있다. 아무 때나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출입국신고서마저 폐지할 정도이다.   EU(유럽연합)와 일본도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다. 이들 선진국도 폐쇄국가란 말인가? 그런데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구한말의 수구파에 견줘 나라를 망치려든다고 떠벌린다. 아니면 신정(神政)체제이거나 1인지배체제인 나라들을 빗대 폐쇄국가를 들먹인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70%를 넘는데도 말이다. 한-미 FTA는 역내교역의 자유화를 넘어선 포괄적 경제통합을 뜻한다. 그것은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득실을 따지고 반대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고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국민은 어떤 선출직, 임명직에도 그 같은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라. 김영호 칼럼니스트<매일일보닷컴 제휴사=대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