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실태 파악조차 않은 것은 정부 직무유기
2017-07-18 매일일보
[매일일보] 충북 청주시에서 ‘만득이’로 불리는 지적 장애인 고모씨가 19년간 강제노역을 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지만 정부가 연락 두절 장애인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제2의 만득이’가 더 존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번 고씨의 경우는 청주시가 최근 실시한 장애인 거주 실태조사를 했던 덕에 신속한 신원파악이 가능했다. 경찰이 고씨가 행방불명 상태였다는 것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청주시가 장애인 거주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4년 전 학대로 숨진 의붓딸을 암매장한 사건이 지난 3월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청주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장애인 3만7000여명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연락이 되지 않는 장애인이 적지 않은 탓에 읍·면·동에 1명씩 근무하는 장애인 담당 직원이 수만명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고 조사 기간을 늘려가면서까지 3개월의 조사 끝에 지난달 1차 조사를 마쳤다. 그럼에도 360명에 대해서는 정확한 거주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1% 정도가 연락이 되지 않는 셈이다. 고씨 같은 처지의 또 다른 장애인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강제노역 같은 장애인 인권 유린은 대부분 주변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고씨의 경우도 마을 주민들이 19년간이나 그를 보아왔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무관심이 사회적 약자인 고씨를 인권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이번 사건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같은 장애인 인권 유린 사건이 드러날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정부는 반인륜적인 장애인 학대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이번에 드러났듯이 아무것도 달리진 것은 없었다. 복지시스템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장애인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소리는 요란하다. 그러나 현실에 맞는 대책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주시가 최근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도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다. 청주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이 성과를 낸 것이다.이제라도 정부는 지적 장애인의 거주지와 생활실태 등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실태 파악조차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