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흡연자는 ‘동네북’인가?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오는 9월부터 주민 절반이 동의하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지하주차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가구 절반 이상의 요청이 있으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그리고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물론 “당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이웃 간의 대화로 풀 수 있는 에티켓 문제를 범죄로 몰아간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흡연자들을 중심으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흡연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는 반발이 거세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흡연자도 공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발단은 이번 개정안에 흡연구역을 별도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파트 흡연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된 베란다나 집안 내 화장실은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공동주택 간접흡연 피해는 총 1025건이다. 이중 베란다, 화장실 등 실내 흡연이 절반 이상인 524건인데 반해 계단과 복도 등 공용부분은 311건에 그친 것이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집안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은 사적 공간이라는 이유로 금연구역 지정 장소에서 제외된 상태다. 개인이 소유한 공간을 강제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시행령을 만들어 흡연자들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연구역 설정에는 동의하지만 흡연구역을 먼저 설치해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담배의 원가가 공개되며 흡연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국산 담배를 밀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려던 일당이 붙잡히면서 4500원 하는 ‘에쎄라이트’의 수출가가 391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세금덩어리’로 불리는 담배에 부과된 세금만 3318원에 달한다.
결국 정부가 전매사업인 담배를 독점하며 천문학적인 세금을 걷으면서 정작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흡연자들을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을 인상하며 국민건강증진을 앞세웠지만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 전으로 회귀했다. 정부의 논리가 허구이거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만 하다.
정말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담배를 생산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금단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복잡한 금연구역 설정문제나 청소년 흡연문제 등은 단번에 해결될 것이다.
핵심은 과연 천문학적인 세수를 정부가 포기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