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비비 동원해서라도 납 성분 트랙 교체하라

2017-07-20     매일일보
[매일일보]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으나 상당수 교육청들이 두 달이 다되도록 예산을 핑계로 유해 트랙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그 결과 경기도의 경우 트랙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된 학교는 245곳에 달했다. 우레탄 트랙 보유학교 397곳의 61.7%에 해당한다. 학생 건강관리를 우려한 교육 당국은 우레탄 트랙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안에 필요한 교체비용의 절반 정도를 반영했다.문제는 해당 학교들이 두 달째 체육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상당수 교육청들이 유해 트랙을 교체할 수 있는 예비비를 두고도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납은 독성이 강해 인체에 축적될 경우 신경계, 조혈계, 소화기계, 심혈관계, 신장계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금속이다. 특히 어린이들은 납의 신경독성에 민감하다고 한다. 때문에 적은 농도에 노출돼도 신경계통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교육 당국이 납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 사용을 금지시킨 것도 이를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교체 비용 부담을 놓고 정부와 교육청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학교들은 트랙을 따라 출입금지 띠를 둘러놓거나 트랙 위에 부직포나 방수포 등을 덮어놓고 있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현재 유해 우레탄 트랙 교체에 들어갈 비용은 모두 1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770억원만 추경에 편성해달라고 신청했다. 우레탄 트랙 교체 비용이 추경에 반영되더라도 각 학교들이 그 예산을 집행하려면 2학기 개학 이후인 9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자칫하다간 전국의 모든 학교가 납 성분 우레탄을 교체하려면 올해를 넘길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은 건강에 유해한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부산, 충남, 강원 등 일부 시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부 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자체 예비비로 유해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상당수 교육청은 교육부 예산으로 교체하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 전액이 추경에 반영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 조사결과가 나온 즉시 교체를 위한 준비에 나섰더라면 이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청들은 일단 예비비를 투입해서라도 여름방학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공사를 마쳐야 한다. 예비비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편성해 놓는 것이 아닌가. 교육 당국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