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① 대기업 농업진출 명과 암] “이젠 농민까지 죽이나”…해묵은 논란 ‘또’
LG CNS 스마트팜 사업 계획에 전국 농민단체 강력 반발
동부·롯데 등 농업 손대다 반대 여론에 철수 사례 있어
2016-07-24 이한듬·최수진 기자
<싣는순서>
① “이젠 농민까지 죽이나”…해묵은 논란 ‘또’
② 明 “농업 혁신으로 글로벌 진출”
③ 暗 “영세농민 생존권 침해”
④ 대기업-농민 상생의 길은 없나
LG그룹의 IT 서비스 기업인 LG CNS가 농업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국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거대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인 LG가 농업에 뛰어든 것이 사실상 농민들의 생존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농민 생존권 침해 우려24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전북 군산 새만금에 3800억원을 투자해 76ha(23만평)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세울 계획이다.스마트팜은 작물 재배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수확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첨단 농장을 말한다.LG CNS는 전체 부지 가운데 26㏊는 스마트팜 연구개발(R&D)에 쓰고, 나머지 부지에서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그런데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결국 농민들의 밥그릇을 빼앗기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LG CNS는 지난 4월 새만금청에 투자설명회를 시작으로 군산시와 MOU 체결을 추진했으나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논란을 의식한 LG CNS는 농민과의 상생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스마트팜 운영에 농업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 곳에서 재배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해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농산물의 내수용과 수출용의 구분은 이미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생산에 참여한 순간 농산물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특히 이번 LG CNS의 사업으로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의 물꼬가 트이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앞에서 LG CNS의 스마트팜 사업을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기도 했다.◇농업계 반발에 사업 철수 사례도사실 대기업의 농업사업 진출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동부팜한농의 토마토사업 진출 사례다.지난 2013년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 화옹간척지에 첨단유리온실을 건립하고 수출용 토마토 재배에 나서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산 것.당시 농민단체들은 대기업의 영농참여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동부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고, 여론의 비판을 견디다 못한 동부팜한농은 화용유리온실을 매각하고 충청남도 논산에서 운영하던 4ha 규모의 논산 유리온실도 매각하는 등 농산물 생산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고 결정했다.당시 동부팜한농 측은 “기업의 영농 사업 진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사업 중단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롯데그룹의 쌀 도정사업 진출 역시 농업계의 커다란 반발을 불러왔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상사는 지난해 경기 안성산업단지 내 3305㎡ 부지에 연간 3만7000t의 현미를 도정할 수 있는 라이스센터를 건립키로 했는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이라는 비난에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하지만 올해 들어 슬그머니 해당 사업의 재검토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쌀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업계에서는 이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LG CNS가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할지, 아니면 농업계의 반대에 밀려 계획을 전면 수정할 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LG CNS가)국내 농산물과의 경쟁을 피해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기업의 농업진출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은 데다가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여당에 대한 보이콧 여론 등 범농업계의 공동대응이 확산되고 있어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