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반짝관심’ 서운한 독립유공자

2006-08-15     매일일보닷컴

15일 제6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독립유공자들이 모처럼 조명을 받을 시기다.

그러나 이들은 일년 내내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광복절 하루만 ‘반짝 관심’을 쏟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떨칠 수 없다.

13일 국가보훈처 마산보훈지청과 경남도,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에는 현재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264명의 독립유공자중 8명의 애국지사가 생존해 있는 것을 비롯해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곳곳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유공자에게는 보훈처에서 연금과 특별예우금을 비롯해 의료비와 교육비, 사망 위로금, 국립묘지 안장, 공원·박물관 입장 무료 등의 다양한 지원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유공자들은 평소 자신들을 대하는 사회적 예우 인식이 못내 아쉽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유공자에 대한 지원은 모두 보훈처에 일임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광복절같은 국경일에만 유공자에게 관심을 보일 뿐이다.

실제 이번 광복절에도 도내 상당수 일선 시.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 등에게 기념품과 농산물상품권 등을 전달하고 점심을 대접하는 등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지만 정작 유공자들은 심드렁한 분위기다.

진주에 사는 탁영래(84) 애국지사는 “대통령 표창과 연금을 받고 기차요금 등도 할인받는 등 혜택이 있으나 실제 피부에 와 닿는 건 별로 없다”며 “얼마전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도 독립유공자는 할인도 안된다고 해 무척 서운했다”고 말했다.

탁 옹은 “일반 사람들이 ‘독립유공자가 뭔데’라는 인식을 많이 갖고 있는 것같고 광복절 행사때에만 잠시 부각됐다 그날 넘어가면 끝”이라며 “대부분의 독립유공자가 스스로 유공자라고 내색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회에서 진심으로 독립유공자에 대해 예우를 하는 인식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해의 박근철(86) 애국지사는 “국가에서 해 주는 지원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면서도 “광복절같은 날만 제외하면 일년내내 아파트에서 집사람과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독립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에둘러 나타냈다.

이와 함께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당수의 ‘비공인’ 독립유공자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창원에 거주하는 김병현(82) 애국지사는 “정부와 보훈처 등의 배려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독립운동을 하다 부산형무소에 같이 수감돼 있던 중 숨진 친구는 아직도 유공자로 인정되지 않아 그 동생과 조카들은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지금도 가끔 그 친구의 묘소를 찾아 운다”고 말했다.

진주의 김동렬(80) 애국지사도 “지난 42년의 독립운동을 놓고 지금까지 사상적인 문제로 유공자 지정이 늦어져 지난해에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며 “유공자 지정이 지연된 점은 정말 섭섭했다”고 토로했다.

독립운동사를 연구해온 밀양문화원 손정태(59) 이사는 “1919년 중국에서 조직된 조선의열단 단장인 약산(若山) 김원봉(金元鳳) 선생이 아직까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독립유공이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조차 사회적 관심이 낮다”며 이들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나마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속에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국가보훈 대상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했고 함안군도 도내 시.군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이 조례를 제정해 독립유공자를 포함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예우 인식을 높이려 하는 노력은 다행이다.

또 마산시는 향토 출신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애국지사 제당(祭堂) 건립을 추진하는 등 애국지사 선양사업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통영시는 독립유공자의 집에 명찰을 달아 생활속에서 독립유공자 대우방안을 마련중이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오일환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훈의식을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음에도 상당부분 무시돼 왔고 독립유공자도 마찬가지”라며 “보훈이라는 개념은 보상금 등의 물질적 부분보다 상징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들 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 풍토를 확산시키고 이를 나라사랑정신으로 연계, 국가의 통합기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매일일보닷컴 제휴사=광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