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想] TV는 추억을 싣고~ 고마워요 슈가맨
대음악예능의 시대 (1)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2017-07-25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바야흐로 ‘대음악예능의 시대’이다.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모두 합해 직업 뮤지션들 사이의 ‘경연’ 형식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몇 개인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특히 jtbc ‘히든싱어’나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같은 시즌제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더 어렵다.혹자는 봇물같이 쏟아져 나온 음악예능들에 대해 ‘차별성’을 모르겠다며 “날고 뛰어봐야 MBC ‘나는 가수다’의 아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막말(?)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결에 따라 같은 가수의 다른 매력을 뽑아내는 것이 음악예능만의 매력이다.“작은 공감을 큰 공감으로, 공감 확대 재생산 음악쇼”를 지향한다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지형에 서있는 프로그램이다.슈가맨은 한 때 열광했지만 이제 소식을 알기 어려워진 가수를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과거 연예인들의 옛 인연 찾기를 도와주던 KBS ‘TV는 사랑을 싣고’의 시청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경연이 핵심이고 ‘추억’은 부차적 요소인 타 프로그램들과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말이다.‘예능적 재미’를 위해 역주행송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가수의 최신 스타일 편곡으로 매 회 ‘경연’을 하기는 하는데 그 경쟁이 프로그램 진행상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승리를 차지했다고 상금을 주거나 다음 회차 출연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패배했다고 해서 애써 편곡·녹음한 음원이 공개되지 않는 불이익도 없다.이런 특징은 ‘슈가맨’으로 섭외된다는 의미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한 시대를 풍미했음을 공인해준다는 점에서 분명한 명예이면서 동시에 지금은 대중들에게 잊혀졌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슈가맨’이라는 이름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소환된 ‘슈가맨’들이 지금 ‘현역’이 아닌 ‘슈가맨’일 수밖에 없는 사연들은 대부분 소속사가 어떻게 망했다거나 멤버들 사이에 어떤 식의 불화 혹은 오해가 생겼다는 이야기 또는 계속해서 음반을 냈지만 더 이상 대중이 호응해주지 않았다는 등의 무거운 이야기들이다.슈가맨이 시청률 상승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휴지기를 갖게 된 배경에 ‘섭외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슈가맨 측은 그동안 출연했던 ‘슈가맨’들의 후일담을 담은 마지막회에서 그동안 출연한 ‘슈가맨’이 총 84팀이었다고 밝혔다. 역주행송 편곡에 참여한 프로듀서는 23팀, 역주행송을 부른 쇼맨은 75팀이었다고 한다.84곡의 ‘슈가송’ 중에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곡도 있었지만 어떤 곡은 그야말로 한때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것도 있어서 그 노래를 듣고 불렀던 시대의 공기와 그 시절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함께 소환했다.예를 들어 1997년 발표 슈가송에 대해 당시 20~30대였던 지금의 40~50대가 정작 대부분 그 노래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던 회차에서 IMF 구제금융으로 살아남기 바빠서 노래를 못들었다는 이야기는 당대의 무겁고 암울한 공기를 불러냈다.여기에 명불허전의 걸출한 진행능력을 보여주는 유재석과 국민MC의 아우라에 결코 주눅 들지 않는 뻔뻔한 입담의 유희열의 깨방정 토크 혹은 상호비방전(?)은 ‘활동중단 가수’가 주인 소재의 특성상 분위기가 금세 눅눅해지기 쉬운 프로그램을 살려내는 화룡정점이다.국민MC 유재석의 첫 종합편성채널 진출작이자 첫 케이블채널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슈가맨은 지난 7월 12일 본편성 39회차로 ‘시즌 1’을 마쳤다. 지난해 8월 19일과 26일 방송됐던 파일럿 방송까지 더하면 총 41회차다.이 프로그램의 모티브인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 애타게 찾는 미국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데뷔앨범 ‘콜드 팩트’ 1번 트랙 제목이기도 한 ‘슈가맨’은 마약상을 은유하는 단어이다. 바로 숨 막히는 현실을 잊게 도와주는 마약 같은 존재가 음악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슈가맨이 시즌2에서는 어떤 마약을 들고 돌아올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