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④ 대기업 농업진출 명과 암] 대기업-농민 상생의 길은 없나

직접 사업보다 지원 통해 농민 소득향상 기여가 먼저
기업의 무분별한 진출 제재할 제도적 기반 마련 시급

2016-07-27     이한듬·최수진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최수진 기자]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놓고 이견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농업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농민, 기업, 정부의 지원과 협력, 노력이 뒤따라야한다고 각계각층에선 강조하고 있다.

◇ 선순환적인 수익구조 만들어야

농민들이 기업의 농업진출에 사생결단을 하며 반대하는 데에는 대자본을 이용하는 기업들과의 경쟁에서의 불리함, 일자리 및 수입의 감소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농가 연평균 소득은 1076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곡물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한국 농가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LG CNS가 전북 군산 새만금에 스마트 바이오 파크를 조성해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수출하겠다고 밝히자 농민과 관계자들의 지적이 잇따른 것.

대형마트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점포의 급증으로 골목상권이 무너진 현실도 농민들의 반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농업이 몰락하기 전에 기술, 친환경 등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농민들은 농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산을 투자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 농민 대상 교육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대기업들이 진심으로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생각하고 농업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한꺼번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고 초대형 시설에 투자하면서 영세 농민들을 위협하는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민들 소득향상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농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기업과 농가의 상생을 위해서는 농가의 수익 증대가 기반이 되는 수익구조를 형성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농식품부도 농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본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과 농민들의 상생 모델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매일유업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창군과 함께 상하농원을 조성,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유기농 농축산물을 상하농원 내 ‘파머스 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CJ그룹도 CJ브리딩을 설립해 쌀, 콩 등 종자 연구 개발을 하고 이를 지역 농가에게 확대 재배를 맡도록 해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수익 구조 모델을 만들었다.

◇ 불안감 해소할 제도적 기반 마련

기업과 농민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농업에 기업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는 것을 막아줄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농업진출 제한은 지난 2010년 축산법이 개정되면서 완화됐다. 축산법 개정으로 기업 주도의 축산계열화가 가속화됐고, 축산업 중소, 영세 농가는 크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축산업 농가는 축산법 개정 이전처럼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는 조항을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규제프리존 등 규제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농민들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정부가 오히려 독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정부의 정책은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농업인이 생산참여 제한을 법으로 만들어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농민 및 전문가들은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만 해소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 예산을 확보하는 등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