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에 힘을 모으자”
2017-08-01 매일일보
[매일일보]최근 이재명 성남시장 등 경기도 기초단체장들이 행자부가 추진하는 지방재정 개편에 대해 단식투쟁으로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재정수입이 수요보다 많아 교부세를 받지 않는 경기도의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에 대해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를 폐지하는 내용이 쟁점이 된 것이다.필자는 지난 6월 이재명 성남시장 단식농성장을 2회 방문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단식투쟁까지 펼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행자부의 지방재정 개편은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며, 지방자치의 발전에 명백히 역행한다. 이번 투쟁은 힘을 잃어가는 지방자치제도를 살리려는 절박한 몸부림이자 지자체의 존재이유와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지방자치제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탄탄하게 발전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95년 부활해 어느덧 성년을 넘겼지만 ‘2할 자치’로 치부될 정도로 존립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임기 1년 동안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방분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뜻을 모아 재정과 권한을 자치구에 점진적으로 이양하는 희망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또한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현행 21%에서 22.6%로 인상하는 등 큰 결실을 거둔 바 있다.하지만 이 정도 양보로 흔들리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바로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의 미래는 지방자치의 성패에 달려있고 자치분권의 실현 없이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특히 자치분권과 관련한 권한 이양 문제와 지방재정 확충 문제는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며, 서울시에서 자치분권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듯이 이제 중앙정부가 응답할 차례다.예를 들어 기초연금 사업의 경우 중앙정부에서 시행한 전국단위 복지사업이고 무상보육도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보편적 복지사업인 만큼 국가 부담액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또한 현행 8:2 수준인 불합리한 국세․지방세 비율이 궁극적으로는 5:5가 되어야 한다. 세제 개편과 세목 교환을 통해 점진적으로 비율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아울러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에는 중앙집권적인 현행 헌법 구조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자치 관련 현행 헌법조항은 단 두 개에 불과해 지방분권의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 헌법이 지자체의 자주적인 발전을 제한하고 있다.헌법전문에 ‘분권’을 명시하고,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고 국민은 직접 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통하여 권력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두는 등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 지방자치를 분명하게 보장하고 지방분권형 국가를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궁극적으로는 외교‧국방 등 중앙정부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중앙정부가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잘 하는 일은 지자체에 과감하게 그 권한을 이양하여 풍요로운 지방자치를 도모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양자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지방자치가 자리잡고 국가발전의 초석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