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날 버리면 죽여 버릴 거야~!”
복수는 나의 힘, 내연 관계 살인 사건
이들의 빗나간 만남이 가정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이 되고 있는 지금. 특히 내연관계라는 특정 상황이 질투심과 분노를 유발, 살해도 서슴지 않는 사건으로 연이어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만나 주지 않으면 모두 죽여 버릴 거야
지난 3일 경기도 안산에서 모녀와 방학을 맞아 이모 집에 놀러온 초등학생 조카 등 3명이 흉기에 찔려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안산시 상록구 다가구주택 지하 김 모씨(36.여)의 집에서 김 씨와 그의 딸 한 모양(14), 그리고 김 씨의 조카인 서 모양(9) 등이 온몸을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김 씨는 현장에서 숨졌으며, 김 씨의 딸과 조카는 피를 흘린 채 이웃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 서 양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한 양은 안타깝게도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김 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던 엄 모씨(55)를 지목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2년 전부터 엄 씨와 내연관계를 맺어 왔으며, 김 씨와 김 씨의 언니 등이 엄 씨로부터 6천 여 만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엄 씨가 불만을 품고 있었다”며 “김 씨 남편의 ‘엄 씨가 자기 부인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엄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전국에 수배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발생한 잠실 고시원 화재 참사 역시 빗나간 내연관계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사고였다. 2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참극을 만들어 낸 사람은 고시원 건물 지하 1층 P노래방 주인 정 모씨(52. 남). 사건 후 그는 “같은 건물 3층 고시원에 사는 최 모(39)씨와 사귀고 있는데 잘 만나주지 않는데다 장사도 잘 되지 않아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1994년 이혼한 정 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 씨를 사귀게 됐다. 이후 1천 5백 여 만원을 빌려주는 사이가 되었지만 화재가 나기 보름 전 부터 최 씨가 만나주지 않으면 돈을 더 빌려줄 거라 여겨 정 씨를 피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노래방을 처분하고 그 돈으로 최 씨의 마음을 얻으려 했던 정 씨는 최 씨가 만나주지 않자사건 전날 가끔 만나 온 전처와 술을 마셨다. 노래방으로 돌아온 정 씨는 최 씨에게 “만나달라”며 3차례 전화를 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19일 오후 3시 50분 쯤 노래방 소파에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배신은 곧 죽음이야
남들에게 축복 받지 못하고 오히려 남들의 시선을 피해야만 하는 내연의 관계. 그들의 이러한 사회적 특성은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배신은 곧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결정도 서슴지 않고 내리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한 여성이 내연관계에 있는 남성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이 내연남을 살해한 이유는 다른 여성을 만난다는 이유였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지난 16일 살인, 사체손괴 및 방화 혐의로 홍 모(운전,56.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사건 당일 오후 11시 쯤 경기도 평택 진위면 구 1번 도로가에 세워진 내연남 이 모(운전.46)씨의 세피아 승용차에서 이 씨의 머리를 둔기로 가격한 후 목 졸라 살해,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남편이 있는 홍 씨는 내연남 이 씨에게 한번에 50~100만원씩, 1년 반 동안 모두 2천만 원의 용돈을 주어가며 관계를 유지해오다 이 씨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에 대해 복수를 결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을 위해 버스운행 노선을 벗어났던 홍 씨는 예정 시간보다 차고지에 늦게 들어 온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자신의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사건 뿐만 아니라 납치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같이 살지 않으면 불륜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며 내연녀를 납치, 17시간가량 끌고 다니며 협박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4일 마산동부경찰서는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는 주부 이 모씨(45)를 납치한 박 모씨(무직.46)를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씨는 13일 오후 5시부터 마산시 내서읍 농산물도매시장 앞에서 “남편을 죽일 테니 같이 살자”고 이 씨를 협박, 강제로 자신의 차에 태운 뒤 함안군 일대를 돌고, 전남 곡성군까지 다녀오는 등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17시간 가량 강제로 끌고 다녔다.
박 씨의 납치 협박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3월 중순 이 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남해군 창선면까지 끌고 가 다음날까지 감금했으며 6월 초순에도 이 씨의 집 앞에서 이 씨를 납치 “같이 죽자”고 협박하며 6시간 가량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살아온 박 씨는 지난해 10월 산악자전거동호회 회원인 이 씨를 만나 내연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만나 주지 않으면 남편에게 불륜사실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 “남편을 죽일 테니 같이 살자”고 요구하며 이 씨에게 이혼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내연 상대방과의 불화에 배신감을 느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 사람들. 그들은 왜 극도의 분노를 느끼며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내연관계라는 특성상 그들의 만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범죄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고 전했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내연 관계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잘못된 만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 보니 남의 시선이나 이목을 피하게 되며 극히 비밀스런 만남을 갖게 된다”며 “이렇다 보니 서로간의 결속력이나 유대감이 굉장한데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떠나게 되면 상대방은 지금까지의 각별한 관계에 대해 강한 복수심을 느껴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