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경영위기설 피어오른 까닭

SK브로드밴드는 중국진출의 첫 희생양?

2010-06-25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중국진출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4대 그룹 중 가장 위기감이 컸던 SK는 그룹의 두 축인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채 정체를 맞자, 중국과 신기술이라는 제 3의 성장동력을 내세웠다. 최 회장은 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국내 사업의 전면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이 줄어든 기업을 성장시켜 다른 자회사와 통합시키고 자금마련을 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첫 대상자로 삼은 SK브로드밴드와 노조가 갈등을 빚자 최 회장의 경영전략이 시작부터 좌초위기에 놓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진출이 SK의 재도약 발판이 될지는 미지수인데다, 최 회장은 실무진의 의견을 물리치고 SK브로드밴드와 SKT의 합병을 가시화했다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위기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정체위기 탈출구 중국, 그룹 내 전면적 구조조정 통해 자금마련?
SK측 “브로드밴드 구조조정 그룹과 무관, 자금마련은 관련사가”

유무선 통신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사실 최 회장의 고민거리였다. 적자 수렁에 빠져있는 것은 물론, 앞서 대규모 개인정보유출로 SK그룹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유출은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정보 유출에 따른 것으로 SK브로드밴드는 이 문제로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영업에 차질을 빚어 다른 가입자들까지 이탈하기 시작했고 매출 감소가 눈에 띠게 늘었다.
지난 2008년 22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무려 1092억원으로 커졌다. 지난 2008년 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정보유출 문제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었으며, 지난해엔 정보유출 피해자들 수백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집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중국 상생경영 ‘강조’, 그룹 내 상생경영은 ‘소홀’?

상황이 여기까지 오자, SK브로드밴드는 최 회장의 눈 밖에 난 듯 보였다. 당초 최 회장은 주변의 반대를 무릎 쓰고 SK브로드밴드와 SKT의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좋은 기업에 의지해 SK브로드밴드의 실적을 회복시키려는 의도였다.  물론 이는 계열사끼리 중복 진출했던 사업을 한 곳으로 집중해 효율을 높이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 합병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만년 적자기조를 탈피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현하기 위한 3단계 중장기 계획을 발표, 인원을 감축하는 등 회생을 위한 조직개편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일각에선 SK브로드밴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두고 SK그룹의 주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T와 합병하기 위한 몸만들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적자행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다음에야 합병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합병은 주주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아직 계획은 없지만 합병을 하더라도 SK브로드밴드가 몸집이 불어난 다음에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노조는 “회사가 내세운 사업구조조정은 사실상 인력구조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합병을 위해 적자경영의 책임을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것은 비열한 경영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SK브로드밴드와 합병설이 나오고 있는 SKT의 경영전략(부채를 통한 맹목적 가입자 늘리기)을 비판했으며 SK그룹 계열사들의 지나친 개입(장비도입, 구축공사, 외부용역사업관련)을 문제로 꼽았다.  더욱이 SK브로드밴드와 노조가 구조조정 문제로 갈등을 빚자 최 회장의 내실경영까지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 자신이 참석한 공식 행사 자리에서 ‘중국과의 상생경영’을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상생경영은 소홀했던 것이다.

내부 깎아내리고 중국 역점 두는 경영전략?

특히 중국 정부의 규제가 심한 통신서비스와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에너지사업 외에 굵직한 사업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 회장의 중국진출에 대한 경영 위기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는 올 초 SK그룹 최 회장의 신년사와도 맥이 닿아 있다. 최 회장은 정체에 빠진 그룹 내 경영 전략을 중국진출을 통한 재도약으로 삼았는데, 중국진출에 따른 막대한 자금마련이라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일각에선 SK브로드밴드의 구조조정을 통한 SKT와의 합병은 SK그룹의 중국진출을 위한 발판, 즉 첫 번째 수익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SK브로드밴드와 중국진출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구조조조정은 그룹 내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SK브로드밴드의 경영진이 결정을 하고 보고를 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적자를 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 역시 “중국진출을 위한 자금마련은 관계되는 회사가 돈을 증자하거나 자산매각, 채권발생 등으로 돈을 만들어 하게 될 것”이라며 “그룹 내 계열사의 전면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마련을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꿈꾸고 있는 중국진출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인력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등 내부를 깎아내리고 중국에 역점을 두는 경영전략이라면 다시 제고해봐야 될 것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그도 그럴 것이 SK에너지가 화학사업과 석유사업을 내년에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협의 없이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최 회장은 중국에 국내 SK와 다른 또 하나의 SK를 만들 계획이다. 13개 계열사가 설립한 90여개 현지 법인이 중국 내 투자와 사업전략 수립 실행 등을 총괄 관리한다. 최 회장은 오는 7월 SK차이나 출범을 앞두고 국내 사업 재편도 함께 구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