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2017-08-08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기 좋아하는 언론인 출신의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차가움과 따뜻함을 글감 삼아,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소중함을 예찬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독자 스스로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이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언어의 온도중 '분노를 대하는 방법' 에서 발췌.헌정사상 유일하게 청와대 공채로 들어가 연설기록 비서관을 엮임했던 경력의 저자가 지은 책으로는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언품(言品)>등이 있다. 이기주 지음/ 말글터 펴냄 /308 쪽/정가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