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성추행 이기자 구하기?

‘해고→정직’ 징계완화... 대통령 측근 아들이라서?”

2006-08-19     한종해 기자

출입처 여직원을 성추행해 해고처분을 받았던 MBC 이모 기자의 징계수위가 ‘6개월 정직’으로 낮춰진 데 대해 여성단체와 네티즌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 상담소, 한국 여성의전화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17일 규탄성명을 내고 “본인이 재심신청을 했을 때도 해고 결정이 유지됐던 것이 최문순 사장의 재심청구로 징계수위가 낮아진 결과라는 점이 가장 튼 문제”라며 “성추행 가해자를 엄중히 징계해야 할 방송사 사장이 이를 번복하는 데 앞장섰다면 그 이유에 대해 분명히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모 기자는 6월 15일 출입처 홍보팀 직원들과 전남 신안군 비금도로 취재를 갔다가 숙박업소에서 홍보팀의 일원인 A씨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MBC는 이 기자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고 내부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7월 1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고를 결정했다.

이 기자가 재심을 청구해 이달 3일 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렸지만 해고유지 결정은 재차 확인됐다.

하지만 14일 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렸고 여기서 해고결정은 정직 6개월로 번복됐다. 두 번째 재심은 최문순 사장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해 사장이 직접 재심을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모기자은 MBC의 차장급 고참기자로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 모 씨의 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해고 번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하며 “애초 해고처분은 최근 성추행에 대한 변화된 사회인식을 반영한 것이어서 긍적적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것이 사장에 의해 번복됐다는 점이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다수 네티즌들도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네티즌 ID ‘오명’은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 눈에 불을 켜고 비난해온 방송사가 자기 식구의 문제에 대해선 감싸주기에 급급한 것이냐”며 “언론사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킨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성추행이라는 추악한 짓을 저지른 기자가 다시 기자직에 나서게 된다면 다시는 MBC뉴스를 보지 않겠다”고 썼다.

MBC노종조합도 나섰다. 특히 해당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의 하들이라는 점에서 ‘사장이 이모 기자를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MBC 노조는 17일 성추행 혐의로 해고처분을 받았던 보도국 이모 기자가 왜 정직 6개월로 징계수위가 낮아지게 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미 해고처분에 대해 이모 기자가 재심을 청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최 사장이 직접 나서 다시 재심을 청ㅅ구한 것은 사실상 징계수위를 낮추라는 요구에 가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 사장이 해고결정이 난 이후 처음에는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있다가, 해당기자의 재심신청이 기각되자 뒤늦게 직원으로 재심신청을 한 것도 의아스럽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같은 ‘징계 번복’은 합법적인 절차와 근거가 부족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이 같은 재심결과에 영향을 끼친 최문순 사장이 직접 입장표명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성추행 기자의 징계수위 번복 사건은 두고두고 MBC에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노조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무리하게 거듭 재심을 청구한 최 사장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을 무리하게 살리려는 데서 온 오판”이라며 “사내외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모 기자의 일부 입사동기들이 구명운동에 나서 인사위원회를 앞두고 최문순 사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 됐다.

탄원서를 통한 구명운동을 놓고 대다수의 MBC 기자들, 특히 여기자들은 자기모순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탄원서는 결국 제출됐고, 이후 거듭된 재심을 통해 이씨는 정직 6개월을 받아 해고처분을 면했다.

한나라당도 “당사자가 이미 재심을 요청해 나온 결과에 대해 사장이 나서 다시 재심을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사장까지 나서 결정을 번복한 것은 현 정권의 측근 구하기의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또 최연희 의원 파문을 거론하면서 “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유사 행위에 의원직 사죄까지 요구했던 열린우리당이 이번엔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며 “내가하면 로맨스로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비꼬았다.

한종해기자<han1028@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