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누진제 폐지 피하기위해 자회사로 이익 전가”
예산정책처 “현 전기요금 유지하면 이익 증가 지속”
2017-08-10 김현정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유가 하락으로 한전의 전력구매단가(도매가격)는 계속 내려간 반면 판매단가(소매가격)는 올라가 이익이 크게 늘었다.한전이 누진제 폐지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발전자회사들에 이익을 몰아주고 있어 발전원가 고려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조4300억원의 영업이익(개별재무제표)을, 자회사인 수력원자력은 3조7900억원(연결재무제표)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남동발전 등 나머지 발전자회사들도 각각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전력구입비용이 하락하면서 한전의 이익이 늘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한전의 전력구매단가는 2014년 킬로와트시(kWh)당 93.7원에서 지난해 85.9원으로 내려갔다.반면 전기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판매단가와 구매단가의 차이는 2012년 kWh당 5.3원에서 지난해 25.6원으로 5배가량 확대됐다.특히 자회사들의 이익이 급증했는데 발전자회사가 주로 공급하는 원자력과 유연탄(석탄) 발전에 대한 정산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정산단가는 전력거래시장에서 결정되는 전기 1kWh를 생산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을 말한다. 전력생산비용인 계통한계가격(SMP)에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결정된다.정산조정계수는 원자력과 석탄 등 전력생산비용이 저렴한 기저발전에 적용된다. 기저발전의 초과이윤을 막아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8년 5월 한전과 자회사간 전력거래에 도입됐다.문제는 한전이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물론 전력거래소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원자력과 석탄발전에 대한 정산조정계수가 올라가면 한전이 이들 발전자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늘어 한전의 이익은 줄지만 발전자회사의 이익은 증가한다. 반면 정산조정계수가 내려가면 한전 이익은 늘지만 발전자회사는 감소한다. 그러나 한전과 자회사 전체 이익에는 큰 변동이 없어 ‘조삼모사’와 같다.실제 별도 재무제표 기준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175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7% 늘어났다. 그러나 자회사 영업이익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6조3098억원으로 무려 45.8% 급증했다.특히 한전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3조6000억원) 중에서 자회사들인 원전과 화력부문의 비중이 90%가 넘는 3조3700억원에 달했다.발전업계 측은 한전이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한전 개별 영업이익을 줄이고 발전 자회사들의 영업이익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본다.한전이 지난해부터 과도한 영업이익으로 전기료 인하 압력을 받고 있으므로 올해 들어 자회사들의 영업이익 극대화 방식으로 여론을 피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예산정책처 측은 정산조정계수가 발전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과도하게 발생한 순이익을 배분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현 전기요금이 유지되면 전력공기업의 수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