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의 이명박 의혹풀기, 오히려 악재?

네티즌 사이에서 MB 과거행적 또 다시 구설수

2006-08-19     류승연 기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의혹들을 풀어주려다 오히려 악재만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스스로를 ‘이명박 대변인’이라고 부를만큼 이 전 시장과 가까운 최측근의 인물. 정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명박에 관한 7가지 거짓말’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7가지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7가지 의혹이란 ▲두 아들이 군대에 안갔다 ▲재산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 ▲대기업 회장 출신이라 서민의 아픔을 모른다 ▲독선적으로 밀어부친다 ▲종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 ▲MB는 결국 낙마할 것이고, 딴 살림을 차릴 것이다 등이다. 이에 정 의원은 각각의 의혹마다 조목조목 상세한 설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 얘기했는데, 문제는 정 의원의 글을 접한 네티즌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못해 오히려 역풍까지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네티즌은 정 의원을 향해 “벌써부터 대권주자 줄서기에 들어갔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 의원이 ‘긁어 부스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그런 부작용도 생각했지만, 너무 도가 지나쳐서 안되겠다 싶었다”며 “나는 이미 이 전 시장의 대변인격으로 다 알려져 있는데 뭐가 줄서기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에 정 의원이 7가지 해명에 대한 글을 올린 데는 이 전 시장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전 시장의 ‘대권 전략’ 역시 구설수에 오를 전망이다.

과거 얘기 다시 끄집어 내 논란만 확산

정 의원의 글을 계기로, 현재 인터넷 상에서는 이 전 시장의 업적 및 각종 의혹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네티즌 사이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물론 정 의원의 글로 인해 의혹이 해소되었다는 네티즌도 많지만, 그보다는 정 의원의 글에 반박하거나, 너무 감정적으로 씌여져 전혀 의혹 해소에 도움이 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의혹은 풀렸어도 이 전 시장이 이룩한 업적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네티즌과, 과거 이 전 시장이 실수했던 일들을 끄집어내며 이 전 시장을 비방하는 글도 포털 등을 통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디 ‘oga78’는 “이명박, 대통령감이다. 하지만 뽑을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다. 하나님께 서울을 바친다는 말은 왜 했누? 기독교인, 한총련, 민노총, 여성부에 관계된 인간은 접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이디 ‘jeweleesh’는 “난 이명박 다 좋은데 서울봉헌 땜에 완전 김샜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편인데 지들 종교 대빵한테 서울을 봉헌한다는 소리에 과연 나같은 서울시민이 안중에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은근히 독재성향이 강하지 않고선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아이디 ‘didwogh0’는 “내가 생각하는 이명박의 대선주자로서의 허점은 ▲폐결핵으로 군대면제 받은 해에 청와대 주선으로 현대 들어가서 연수받다가 정주영이랑 말술 마신 점 ▲부정선거사범이 과연 대권주자의 자격이 있을까 하는 점 ▲서울시장 시절 사돈관계였던 LG와의 각종 특혜연루 의혹들(버스카드 사업자 선정 및 스크린도어 광고판 LG 도움 의혹)”이라며 “이 세가지 인데 왜 정두언씨는 ‘사소한’ 7대 의혹을 가지고 해명글 비슷하게 올렸을까”고 반문했다.

“정두언 의원, 벌써부터 줄서기 하는가?”

애초에 이 전 시장 해명글을 올린 정두언 의원에 대한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정 의원이 벌써부터 대권주자 줄서기에 나섰다며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아이디 ‘hellothanks7’은 “정두언? 벌써 줄서기 하네?? 공개적으로 해도 되는가? 한나라 국회의원 맞나?”라며 “그러면 이건 문제다. 다른 후보들을 뭘로 보나? 다른 의원들도 이젠 공개적으로 지원해도 되는지? 한나라당 의원직 사퇴하고 나가서 공개적으로 해라”고 비난했다. 아이디 ‘lht73’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맞냐. 아니면 이명박당 의원이냐. 아니면 이명박 대변인이냐”며 “그 시절에 국민들 모두가 배고팠지. 수백억 재산은 국민혈세구만 갑자기 왜 저런 발언을 하지?”라며 정 의원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yesfineart’는 “측근이라고 이상한 소리하면서 분란 일으키지 말고 물러나라. 뭐하러 이상한 소리해서 분란을 일으키나”며 “국민들은 조용한 정치를 원한다. 차라리 가만히 있든지 물러나든지 해라. 그게 오히려 이명박을 도와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MB 대변인 정두언, MB의 암묵적 승인 하에 글 작성

한편 이번에 정 의원이 글을 올리게 된 데는 이명박 시장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전 시장의 대선전략도 구설수에 오를 전망이다. 정두언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작용도 생각했지만, (의혹들이) 너무 도가 지나쳐서 안되겠다 싶었다. 그냥 놔두면 언젠가는 말겠지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이 전 시장과 깊이 상의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전 시장이 워낙 답답해하니까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글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전 시장측 정태근 전 정무부시장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시장과 정 의원이 합의 하에 쓴 것은 아니지만, 정 의원이 그런 글을 쓰겠다고 하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즉, 이 전 시장측에서 정 의원이 쓰려는 글의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정 의원이 이 전 시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 의원의 글은 단순한 칼럼이 아닌 이 전 시장의 대선 전략 중 하나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실제로도 정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네티즌들이 제기한 줄서기 논란과 관련, “나는 이미 이 전 시장의 대변인으로 다 알려져 있는데 뭐가 줄서기란 말이냐”며 스스로 이 전 시장의 대변인임을 자처했다. 이에 시중에 떠도는 7가지 의혹을 해명하려 했지만, 의혹 해소보다는 네티즌들의 논란만 부추긴 측면이 두드러진 현재,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이 전 시장의 대선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승연 기자 <매일일보닷컴제휴사=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