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배보다 배꼽 큰’ 백년채 등 장기채 어쩌나

재매입 불발시 이자만 1조 넘을수도…2096년 만기

2016-08-15     김현정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한국전력이 100년 만기 회사채인 ‘백년채’의 재매입을 둘러싸고 고민에 빠져있다.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수년째 20년 전 발행한 100년 만기의 회사채 2억달러어치 재매입(조기상환)을 시도하고 있다.이 회사채는 이율이 연 8.37%로 실제 만기 기준 이자가 원금의 8.3배가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담이 크다.한전은 발행 당시 2억달러를 빌리고서 매년 1674만달러 이자를 사채권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지난 20년간 이자가 3억3000만달러로 원금(2억달러)의 1.7배에 이른다. 현재 원·달러 환율로 단순 계산하면 2000억원을 빌려 그 동안 3300억원가량을 이자로 지급한 셈이다.만일 재매입이 계속 불발될 경우 한전이 남은 80년간 물어야 하는 이자는 무려 1조원이 넘는다.100년간 총 이자액은 16억7000만달러이며 현재 환율로 단순 계산하면 1조8000억원이다.만기 원금 상환까지 감안하면 한전은 2000억원으로 조달한 회사채를 2096년까지 2조원가량 분할해 갚게 된다.한전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외환위기 전인 1996년 4월 발전소 건설 등을 목적으로 이 회사채를 발행했다.당시 채권 발행이 활발하지 않던 국내를 떠나 미국에 건너가 회사채를 찍기도 했다.30년채도 한전에 재무적 부담을 안겨 준다.한전은 1996년 12월 1억달러, 1997년 2월 3억달러, 같은 해 8월 2억달러어치 등 1990년대에 3차례 30년채를 발행했다. 이후 2004년에도 3억달러어치를 찍어냈다.이들 30년채의 이자율은 연 5~7%다. 현재 1%대의 조달금리와 비교하면 매우 고금리에 속한다.다만 30년채의 발행잔액은 일부 채권에 붙어 있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9억달러에서 현재 6억7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한전은 2008년부터 이자가 원금보다 몇 배나 많은 백년채와 30년채 등의 장기채를 여러 차례 조기상환하려고 시도했으나 불발됐다.이들 채권의 대부분을 쥐고 있는 미국 자산가들과 보험사들이 웃돈에 해당하는 비싼 프리미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국내외 안팎으로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보유자들은 한전이 고금리로 발행한 장기채를 굳이 되팔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