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들의 바람둥이 남편 길들이기

국립한글박물관 8월 소장자료 강독회

2017-08-18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이 한글문화의 공유와 확산을 위해 '16년 4월부터 진행해온 <8월 소장자료 강독회>가 오는 26일에 열린다. 8월 강독회에서는 바람둥이 남편 설기수와 결혼한 여중군자(女中真君子) 소숙희의 결혼 생활을 담은 필사본 고전소설 <설씨이대록(薛氏代与錄)>을 함께 읽어 볼 예정이다.조선시대의 여성들은 바람둥이 남편과 결혼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현대 여성들이라면 남편의 바람기에 마냥 속만 끓이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죽어서도 시댁 귀신이 돼야만 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사정은 달랐다.<설씨이대록>은 바로 이러한 조선시대 여성들이 곁에 두고 읽으며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지혜를 구했을 법한 소설이다.책 내용은 재주는 뛰어나지만 방탕하며 미색을 탐하는 설기수와 재색을 겸비한 데다 군자의 풍모를 지닌 소숙희라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결혼해 겪게 되는 부부갈등을 그린 고전소설이다. 작품의 제목은 아버지 설풍교와 아들 설기수의 2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설기수는 애교 없는 아내 소숙희를 멀리하며 5처10첩을 더 들이는데, 소숙희는 다른 처첩들의 투기에 여러 번 위기에 처하게 된다.그때마다 소숙희는 부덕(婦德)으로 인내했고, 마침내 처첩들의 죄상이 밝혀지며 누명을 벗는다. 소숙희는 남편 설기수에게 집안의 법도를 바로 세울 십법(十法)을 시행할 것을 주장한다.이를 통해 설씨 가문은 화목을 되찾고 설기수는 조정에서 제일가는 신하가 됐으며 소숙희는 덕행 있는 여성으로 칭송받는다.이렇듯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고 가법(家法)을 바로 세워 집안의 평화를 이룩한 소숙희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었을 것이다.<설씨이대록>은 그동안 작품의 전질(全帙: 한 질로 된 책의 전부)이 전하지 않아 활발하게 연구되지 못했다. 그러나 가정 내에서 여성의 능동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설씨이대록>은 당대 여성들의 소망과 욕구를 반영하는 귀중한 한글자료이다.한글박물관본(구 박순호 소장본)은 현전하는 10종의 이본(異本: 기본적인 내용은 같으나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는 책) 가운데 작품의 전체 줄거리를 비교적 온전히 담고 있다고 평가받는 만큼, 이번 강독회는 작품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이날 강독회에서는 고전문학이 드러내는 여성 의식에 주목해 온 이지영 안동대 교수가 발표를 맡아 책에 담고있는 당대 여성들의 속마음을 풀어낸다. 이어 한글 서체의 조형미를 연구해 온 박정숙 경인교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설씨이대록> 서체의 아름다움을 살핀다.강독회 참가비는 무료이며, 참가를 원하는 성인은 국립한글박물관 연구교육과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