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에 당국 “주택담보대출 속도조절 주문”
하반기에도 분양물량 대거 대기…집단대출 중심 증가세 지속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 심화에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거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가계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황과 관리방향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간담회에서 시중은행에 하반기 신규 가계 주택담보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통상 한해 업무계획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계획을 수립하는데 일부 은행의 경우 업무계획 대출잔액 증가 속도가 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은 일부 재건축 시장 과열과 집단대출 증가로 지난 6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주요 시중은행을 상대로 현장점검을 벌여왔다.
금감원은 다른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도 서면 조사를 벌여 신규 집단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 등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점검해왔다.
점검 결과 일부 은행의 경우 대출 증가세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금감원은 또 일부 은행이 중도금 대출 때 대출자의 소득증빙 자료를 제대로 제출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전 은행권에 철저한 소득자료 확보를 지시했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할 때 소득심사 여부와 무관하게 항상 차주의 소득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중도금대출은 별도의 소득심사를 안 한다는 이유로 증빙서류 요청을 게을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주택시장에서도 분양물량이 대거 대기하고 있어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만 전국에서 10만6000가구(임대 제외)가 신규 분양될 전망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3분기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은 가계부채 협의체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70%가량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그중 절반은 집단대출이 주도하고 있다”며 “결국 중도금대출 때 개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만이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