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더위 보다 더 짜증스러운 기상예보

2017-08-22     이상민 기자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오늘은 무더웠습니다. 내일 날씨는 내일 밤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연일 틀린 기상예보를 내놓고 있는 기상청을 성토하는 글들로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인터넷 공간이 뜨겁다.정말 위트 넘치는 글이지만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겼던 조상들의 해학과 생활 철학이 현재에도 도도히 이어짐을 기뻐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53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슈퍼컴퓨터를 들여다 놓은 결과가 결국 계속되는 오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하다.기상청은 날씨와 관련된 정보, 특히 일기예보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정확성을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로 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지도 못한 채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정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상예보를 내놓아야 함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의무이다.더욱이 기상예보에 민감한 농업이나 축산업은 물론 각종 산업에 미치는 기상예보의 영향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다.지구촌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사활을 걸고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기상청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은 물론 국익에 손해를 기치는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다.폭염이 11~14일 절정에 달한 뒤 누그러질 것이라던 기상청의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8월도 하순인 22일까지 수은주는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그 사이 기상청은 수시로 기상예보를 바꿨다. 그 때마다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이 정체돼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서 강한 일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한반도가 안정된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서 구름 발달이 억제되고 공기 흐름이 막히면서 폭염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둥 일반인으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에 가까운 해명만을 늘어놓았다.그런 것까지 예측해서 기상예보를 하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이 모인 기상청의 할 일이다. 매번 엉터리 기상예보를 내놓은 뒤 그것을 수정하고, 또 수정의 이유를 변명하는 해명 자료를 내놓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땅에 떨어진 기상청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기상청의 해명이 계속될수록 그와 비례해 비난과 성토도 커지고 있는 것이 이런 국민들의 생각을 방증하는 것이다.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두 번이다.수치예보모델를 일본 모델에서 유럽 모델로 바꾸며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것처럼 선전했던 사실이 결국은 ‘눈 가리고 아웅’ 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수치예보모델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 인력의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사실이라면 이 참에 전문인력 양성과 운영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 해마다 여름이면 이런 짜증스러운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그 보다 짜증스러운 엉터리 기상예보를 매일 지켜보는 것은 국민들을 더욱 열받게 한다. 기상청이 더 이상 국민의 인내력을 테스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