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단지의 시공사 선정이 전면 중단된다.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건설사들의 서울 지역 재건축 수주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재건축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직후’로 규정한 국토교통부에 맞서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늦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시공사 조기 선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시장 침체를 불러올까 우려하는 분위기다.지난 3월 공공관리제 적용 도시정비사업을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 시행하는 경우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초 사업승인인가 시점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공공관리제는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추진위원회 구성과 사업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그러나 지난 11일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단계로 늦추는 자체 지침을 행정예고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설계안도 안 나온 상태에서 사업 초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면 건설사가 공사비를 무분별하게 증액할 우려가 있다”며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인가 단계로 앞당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단계로 늦추면서 최소 내년까지는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신규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지는 나오기 힘들게 됐다.부동산114 조사 결과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추진 단지 중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곳은 347곳에 달한다.이 가운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거나 인가가 임박한 단지는 150여곳으로 서초구 반포 1·2·4주구, 서초 신동아 1·2차, 반포 3주구, 강남구 대치 쌍용1차, 용산구 한남3구역 등이 있다.일부 건설사들은 현재 서울지역 도시정비사업 수주인력을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기에 수주가 가능한 부산·경기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로 전환 배치했다. 또한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지연 가능성 상승으로 인해 업계의 시장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국토부는 서울시에 “시공사 선정 시기를 건축심의 이후로 정한 것은 상위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시의 행정예고안에 대해 명백히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 결과 도정법에서 앞당겨놓은 부분을 지자체 지침으로 다시 늦춰놓은 것은 상위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서울시에 시정요구를 했고 이에 따라 최종 고시안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의 입장도 강경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나온 행정예고안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오는 31일까지 행정예고안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다음달 중 이를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