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당에 발 디딜 수는 없다”
추미애 '통합 역할', 이해관계 따라 제각각
2006-08-23 매일일보
민주당 추미애 전 의원이 2년간의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21일 귀국했다. 2년만에 공식적으로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추 전 의원은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의 통합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힘을 보태겠다고도 했다. 향후 정계개편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추 전 의원이 ‘통합’을 주장한 것에는 큰 정치적 의미가 있다. 민주당 역시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을 주장하며 정계개편을 기정사실화 해왔던터라, 민주당 내 추 전 의원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 추 전 의원이 “(통합의 과정에서) 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의 힘을 보태겠다”고 천명했지만, 막상 추 전 의원이 당적을 가진 민주당의 틀 안에서는 추 전 의원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유종필 대변인은 추 전 의원의 역할론과 관련해 당내에서 공론화된 바가 없다며 “유학갔다 왔다고 모든 정치인이 당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추 전 의원이 한화갑 대표 및 조순형 상임고문과 소원한 사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내에서 추 전 의원을 받아들이는 게 껄끄러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추 전 의원의 역할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가 있는데 바로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 앞장서고 있는 신중식 의원이다. 신 의원은 “고 전 총리측에서는 추 전 의원과의 연대 내지 같은 세력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이 많다”며 추 전 의원의 귀국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 신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추 전 의원이 주장한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의 통합 때문이다. 추 전 의원의 통합론과 고 전 총리의 통합론에 일치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에서는 추 전 의원이 주장한 통합론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이에 따라 추 전 의원의 역할론도 다르게 규정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추 전 의원 입장에선 자신이 주장한 '통합론'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유종필 “유학갔다 왔으니 다시 발 디디고 하는 게 아니다”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22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 추 전 의원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우선은 본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면서도 “모든 정치인이 전부 당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조순형 의원같은 경우도 당 밖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당에 들어오지 않았느냐”며 “유학 갔다 왔으니 다시 발을 디디고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만약 여기가 행정부라면 연수 갔다 와서 발령받고 할 텐데, 여기는 행정부가 아니지 않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추 전 의원이 귀국하면서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의 통합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스스로 밝힌만큼, 당 차원에서도 추 전 의원의 쓰임새에 대한 공론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유 대변인은 “원래 그런 것은 공론화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추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총선 당시에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민주당의 선거 살림을 도맡아 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열린우리당 강금실 전 장관과 더불어 여성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스타급 정치인이기도 하다. 추 전 의원이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추 전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한화갑 대표가 지난 7.26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조순형 의원을 다음날인 27일 곧바로 ‘상임고문’이라는 자리에 임명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와 관련, 한화갑 대표 및 조순형 의원과 추 전 의원 사이의 갈등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먼저 지난 재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조순형 의원과 추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탄핵’이라는 화두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였었다. 조 의원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반면, 추 전 의원은 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탄핵 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삼보일배를 통해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었다.또한 추 전 의원은 한화갑 대표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공천에서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었으며, 당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추 전 의원은 이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지 않은 채 유학길에 나섰다 2년만에 돌아왔고, 그동안 민주당은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조순형 의원이 당선되면서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한 대표와 조 의원 입장에선 굳이 껄끄러운 관계의 추 전 의원을 당내로 불러 ‘탄핵의 삼보일배’를 되새김질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신중식 “고건 측에서 추미애와 연대했으면 하는 바램이 많다”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도 추 전 의원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이가 있다. 바로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 앞장서고 있는 신중식 의원이다. 신 의원은 22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추미애 전 의원의 입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며 “고건 전 총리측에서도 추 전 의원과의 연대 및 같은 세력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추 전 의원을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이 추 전 의원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데는 추 전 의원이 귀국하면서 주장한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의 통합론이 고 전 총리가 주장하는 범민주개혁세력의 통합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지금 우리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통합의 노력이고 실사구시의 정책 아니겠느냐”며 “화합적인 통합을 통해 화합의 정치를 펴야 하는데, 추 전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통합에 대해 잘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추 전 의원은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이 통합해야 한다고는 말했지만, 통합의 구체적인 그림은 밝히지 않은 상태.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추 전 의원이 주장한 통합론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라 추 전 의원의 역할론을 다르게 규정하려는 분위기가 읽혀진다. 먼저 신 의원은 “추 전 의원이 말한 통합은 신선한 가치의 추구”라며 “통합의 그림이 반한나라 연대라고 규정지을 수도 없고, 반노연대라고 규정지을 수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고 전 총리가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계개편 그림과도 맞물린다. 그러나 이낙연 의원은 “추 전 의원의 통합과 민주당의 통합이 일치하는가에 대해 추 전 의원의 생각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큰 방향에서는 많이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규정한 뒤 "한 대표가 통합을 얘기할 때 ‘분당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한 게 꼭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추 전 의원의 당내 역할론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유종필 대변인은 “원래 추 전 의원의 얘기(통합)와 우리 민주당의 얘기(통합)는 똑같은 얘기”라며 “원래 민주당에서는 통합세력을 지칭할 때 평화민주 세력이라고도 하고, 평화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이라고도 한다. 추 전 의원과 민주당은 똑같은 걸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추 전 의원이 주장한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 통합론을 두고, 신중식 의원은 고건 전 총리와 함께 당을 깬 새로운 세력이 제 3의 공간에서 만나는 통합론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열린당과 민주당의 당 대 당 통합의 여지를 남긴 통합을 말하고 있으며, 유종필 대변인은 민주당이 주장한 통합론과 추 전 의원이 주장한 통합론은 같은 얘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평화ㆍ민주ㆍ개혁' 세력의 통합이라는 화두만 던져 놓고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추 전 의원. 이에 추 전 의원이 통합과 관련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위해 어떤 그림을 제시하고,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류승연 기자 <매일일보닷컴 제휴사=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