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④ 대한민국은 노사 격변기] 파업으로 흔들리는 기간산업, 돌파구 없나

차·조선·항공업계, 노사 갈등으로 ‘육·해·공’ 동시파업 우려
각 기업별 경영 전반에 걸친 협력적 노사 관계 절실

2016-08-25     김백선·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박주선 기자] 자동차, 조선, 항공 등 국내 대표 기간산업이 노사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임금과 구조조정 등을 두고 노조와 사측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유례없는 ‘육·해·공 동시파업’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25일 업계에 따르면 가뜩이나 어려운 대외적인 경제상황에서 노조파업이 올 하반기 한국경제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먼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를 제외하고 여전히 노사 갈등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수 십 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벌이고 휴가기간에도 실무진 접촉을 가졌던 현대차 노사는 지난 24일 열린 20차 본 교섭에서 드디어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에 성공했다.다만,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은 노조가 끝내 수용하지 않은 상태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26일 실시 예정이다.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노사는 아직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일부 사업장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특히 기아차 노사는 지난 6월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서 지난달 9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사상 최악의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도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는 그룹의 구조조정에 맞서고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회사를 압박하기 위해 사상 첫 공동파업을 선언했다.이들 3사는 지난 17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분사를 확대하고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가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임단협을 타결할 때까지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이미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중 노조에 이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가 합법 쟁의권을 얻으면 공동파업이 가능할 전망이다.항공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벌써 8개월 째 임금협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해 1월 임금 37% 인상을 주장하며 쟁의에 돌입한 조종사 노조가 1.9% 인상안을 제시한 회사와 대화를 거부하며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최근엔 조종사 노조가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 운동까지 벌이자 일반직 노조가 조종사 노조를 비판하면서 ‘노노 갈등’으로까지 확대됐다.이에 사측도 고의로 이륙 시간을 늦춘 의혹을 받은 이규남 조종사노조위원장을 지난달 부기장으로 강등하는 등 초강수를 두면서 노사 간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지난해 말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월부터 일반직 노조와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다만, 지난 7월 단체협상이 해지되는 수순에 이르는 등 노조의 힘이 약화되는 모양새다.하지만 현재 노조 파업으로 위기를 맞은 국내 자동차, 조선업과 달리 해외에서는 노사협력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기업들이 대다수다.먼저, 지난 2009년 원유값 폭등과 과도한 사세 확장으로 파산을 맞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4년만인 2013년 말 법정 관리를 끝마치고 다시 글로벌 브랜드로 복귀했다. 이는 급여 삭감, 생계비 보조 중단 등의 조치를 받아들인 노조 덕분이었다.독일 폭스바겐도 경기침체와 일본차의 성장으로 지난 1993년 우리돈으로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 합의와 비용 절감 등에 동참하며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사측도 10만명이 넘는 근로자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결국 이 같은 조치로 폭스바겐은 1년간 16억 마르크(약 1조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993년 –8.7%에서 지난 1998년 1.7%로 돌아섰다.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도 경영 전반에 걸쳐 신뢰에 기초한 협력적 노사관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최대 산업인 자동차를 비롯한 조선, 항공업계 등은 현재 노사 갈등으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각 기업별로 기존 노사 관계에서 벗어난 상생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적정 임금과 높은 생산성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