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음모론’ 진원지는 결국 불통으로 인한 불신
[매일일보 이상민 기자] “이번엔 또 뭘 덮으려는 거지?”
요즘 이런저런 ‘음모론’이 쏟아지고 있다.
음모론의 요지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근령 스캔들을 덮기 위해 배우 엄태웅의 성폭행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고소는 한 달 전이었는데 왜 하필 지금 보도가 되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실정이나 유력가의 비리를 덮기 위해 고의적으로 사건을 터뜨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려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2011년 4월 BBK 특별수사팀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하자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 소송을 터트렸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2013년 11월에는 가수 탁재훈과 개그맨 이수근의 불법도박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돌리려 했고, 2015년 3월 자원외교 관련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배우 이민호와 가수 수지의 스캔들을 흘렸다는 등 구체적인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조영남 대작 사건과 박유천 성폭행 의혹, 홍상수·김민희 스캔들까지 그럴싸하게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음모론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자꾸 보태지고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사건을 덮기 위해 그렇게까지 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어느 시대나 음모론은 있어왔다.
문제는 왜 지금 대한민국에서 음모론이 횡행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나 인사들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진 결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민주주의는 설득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소통 부재로 불신이 깊어지고 소외받은 다수의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은 바로 정보다. 고급정보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알고 있는 정보의 조각을 맞춰 현상을 해석하려 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가 음모론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막겠다며 지난 25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8·25대책)’을 발표했다. 8·25대책에는 애초 언급되던 전매제한 강화나 재당첨 금지 등 강력한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택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집단대출 증가세와 일부지역의 이상 과열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규제의 강도와는 무관하게 8개월 만에 시장의 자율에서 규제로 정부의 입장이 선회한 것을 시장이 심각하게 받아들여 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좀 더 지켜보기는 해야겠지만 아파트 견본주택마다 사람들로 넘쳐나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는 되레 뛰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시장은 주택 공급량 조절은 결국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가격이 오히려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는 얘기다.
결국 음모론의 자양분인 불신이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는데도 깊게 깔려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정책을 확정짓고 발표하기에 앞서 충분한 여론을 듣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의 중요성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