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무현 비호세력있나.. 은행 내 갈등 확산?

처남 권기문 '거북이 승진에서 초고속 승진 탈바꿈' 의혹

2006-08-25     권민경 기자

<김양수 의원 "공적자금 투입 은행 엉터리 인사 문제 제기">
<우리은행 "참여정부 이후 4번 인사이동 모두 승진은 아냐">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바다게이트'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 특혜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52)씨에 대한 '초고속 승진' 의혹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권씨가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우리은행 지방 지점장이었지만 참여 정부 출범 후 3년 반 만에 상무급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며 "모종의 비호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 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며 "인사이동을 모두 승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고 반박했다. 또 "따지고 보면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때마다 소문에 오르내리는 권씨가 불운한 것 아니냐" 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에서는 "우리은행이 권씨의 인사문제에 관해 떳떳하다면 왜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내놓지 않았느냐" 고 주장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권씨 인사이동 '내부자 문제 제기'.. 은행 내 갈등 의혹

김 의원이 발표한 우리은행 인사이동 관련 자료는 은행 내부 고위 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입수한 것이다. 김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의 한 관계자가 '공적자금 투입은행에서 권씨의 경우와 같은 인사는 정의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의원실에 제보를 해 왔다" 면서 "아마도 은행 내부에서 권씨의 인사 문제로 인해 부정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3년 '한일은행'(한일은행은 99년 상업은행과 합병 후 한빛은행이란 이름을 쓰다 2002년 우리은행이 됐다)에 입사한 권 씨는 노 대통령이 당선된 2002말 우리은행 부산 범천동 지점장이었는데, 노 대통령 취임 후인 2003년 6월 부산·경남 지역본부 기업담당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0개월 만인 2004년 4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점의 신설된 조사역으로 근무했고, 2005년 12월에는 주택금융사업단 부장으로 부임했다.

이어 올 7월에는 우리금융지주 사회공헌활동추진 사무국장 상무라는 신설된 자리에 임명됐다.

더욱이 김 의원에 의하면 2005년 주택금융사업단 부장 승진 때도 기존에 1명이었던 부장 자리가 3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에 김 의원은 "이전까지 30 여년 간 오히려 평균보다 진급이 늦었던 권씨가 노 대통령 취임 3년 반 만에 4번의 승진이 있었고, 그 중 두 번은 신설된 자리였다" 며 " 권씨를 위해 일부러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고 주장했다.또 "여러 정황을 볼 때 권씨는 공기업인 예금 보험공사가 지분 78%를 보유한 우리은행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면서 "권씨의 승진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4번의 이동 중 2번은 신설된 자리.. '대통령 처남용?'

한편 우리은행 측에서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4번의 이동을 모두 승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면서 "권씨의 특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활동 추진 사무국에서 권씨가 맡은 직급은 '단장급'"이라며 "영업본부장에 해당하는 정도" 라고 설명했다. 즉 사무국을 총괄하는 상무는 따로 있고, 권씨는 그 아래 '단장'으로 임원급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또 4번의 이동 가운데 2번이 신설된 자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권씨가 그간 영업점에 있으면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괜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왔다" 면서 "본인 스스로 영업이 아닌 다른 부서로 옮기길 원했고, 회사측도 마침 사회공헌활동추진 사무국장을 맡을 사람이 필요해서 그 쪽으로 배치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의원과 우리은행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권씨의 인사 문제에 대해 떳떳하다면 사실 실 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는 왜 내놓지 않으려고 했는지 의문이 든다" 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제보가 들어온 이후 두 차례나 공문을 통해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은행 측이 이를 거부했다" 면서 "결국 예금보험공사에 요청해 10여일 만에 간신히 자료를 확인했다" 고 말했다.
     
일각 "권씨, 대통령 처남으로 오히려 대우 못 받아" 동정론

한편 김 의원의 이런 주장과는 달리 일부에서는 권씨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기도 하다. 즉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능력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 동정론을 펴는 측에서는 참여정부 이후 권씨가 4번의 자리 이동을 거쳤지만 모두 승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또한 권씨가 거친 해외영업점 조사역이나 사회공헌활동추진 사무국장 등은 현업 영업 부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볼 때 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점이 '특혜'를 받기보다는 원치 않는 '제약' 이 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닷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