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방어책, '포이즌 필'이 최고?
2011-07-05 매일일보
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사협)는 5일 "포이즌 필 제도가 시행되면 '초다수결의제' 등 기존에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도입했던 방어수단은 폐지되거나 도입비율이 감소한 뒤 결국 포이즌 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713곳) 중 초다수결의제를 선택한 회사는 7.2%인 51곳이었다. 황금낙하산을 선택한 회사는 23곳(3.2%), 시차임기제를 택한 회사는 19곳(2.8%), 이사자격제한을 도입한 회사는 15곳(2.1%)이었다.
상장사협은 "이들 방어수단들은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어렵거나 경영권 분쟁 시 사후적으로 적법성 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다수결의제란 이사의 선임·해임 요건을 상법상 결의요건(주주총회 출석주식수의 ⅔와 발행주식총수의 ⅓이상 동의)보다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상장사협은 "결의요건을 무한정 가중하는 것은 극소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지분율을 초과하는 의결권을 부과할 수 있으므로 사후적으로 유효성 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금낙하산이란 인수합병 후 경영진이 임기 전에 해임될 경우 거액의 퇴직금 등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상장사협은 "과다한 퇴직위로금은 회사 자금사정에 부담을 주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의한 손해배상(상법 제399조 제1항)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차임기제란 이사들의 임기만료 시기를 겹치지 않도록 해 이사총수의 과반수가 동시에 교체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것이다.
상장사협은 "시차임기제는 경영권 교체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뿐 경영권 방어수단으로서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자격제한이란 외국인이나 특정인의 이사 임명을 제한해 적대적 인수자 측 인사가 이사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상장사협은 "적대적 매수자가 사실상 지배주주가 될 경우 이 매수자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해당 정관을 변경한 후 적대적 매수자 위주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며 "만약 이사자격제한의 구체적인 사유가 불합리한 경우 적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안은 포이즌 필?
정부는 지난 3월 10일 신주인수선택권제도(포이즌 필)를 신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된다.
포이즌 필은 '회사가 주주에게 대상회사 주식을 저가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적대적 매수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다.
포이즌 필이 도입되면 기존 주주들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있을 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수 시도자는 인수대상 기업의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결국 비용에 부담을 느낀 인수 시도자들은 인수합병을 포기하게 된다.
기업 측은 포이즌 필을 통해 국내 우량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배주주가 40%에 가까운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이즌 필을 도입할 경우 이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학계에서도 포이즌 필이 세계 자본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편 상장사협과 한일산업금융법포럼은 오는 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 21층 대회의실에서 '일본의 포이즌 필 제도의 운용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주요 내용은 일본의 포이즌 필 관련 법제 및 판례다. 법무부의 상법개정안 주요내용과 신주인수선택권제도를 활용한 포이즌 필 유형 등도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