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을 미소 짓게 만든 ‘서경배 과학재단’
2017-09-04 송영택 기자
[매일일보] 최근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자신의 이름을 딴 서경배 과학재단을 출범시켰다. 서 회장은 “오래전부터 꿈꿔온 것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꿈은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기초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기초과학 분야는 뇌과학, 유전체·단백질체, 시스템·세포체, 노화, 면역·질병 등이다. 그가 이러한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어려움에 직면했던 1993년, 그의 아버지 고 서성환 회장은 강력한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다짐속에 약의 원료로 쓰이던 비타민을 화장품에 활용하자는 연구에 돌입했다. 4년 이상 걸려 나온 제품이 ‘아이오페 레티놀 2500’ 히트상품이다. 이때 서 회장이 주목한 것이 바로 기술이다. 서 회장은 “강력한 기술이 뒷받침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면 산적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기술 중시’ 유산을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기초과학 연구로 승계한 것이다.그는 과학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1997년 나온 그 제품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된 걸 보면 20년 뒤에 무엇이 세상을 바꿀지 누가 알겠느냐”며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기 전에 최초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보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시작했지만 뜻이 같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면 10~20년 가는 재단이 아니라 50년, 1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서경배 과학재단의 규모를 1조원으로 늘릴 계획도 밝혔다. 과학재단에 본인의 이름을 넣은 것은 무한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는 게 서 회장의 설명이다. 사재를 출연해 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차원 높게 대한민국과 인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서 회장의 결심은 오랜만에 국민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앞서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도 2012년 개인적으로 설립한 공익법인 한샘드뷰연구재단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샘 주식 260만주(4400억원 규모)를 출연해 미국의 브루킹스재단 같은 한국판 싱크탱크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조 회장은 1차분 60만주를 재단 운영자금으로 쾌척했다. 한샘드뷰의 드뷰(Design Beyond East & West)는 동양과 서양을 넘어선 디자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한샘드뷰는 동서가치를 융합한 새로운 문명창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고의 전환, 디지털기술의 활용과 생활혁명, 중국의 격변과 동아시아 생활방식 창조 등을 연구하게 된다. 한샘드뷰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국 주변의 열강들속에서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 회장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고민 끝에 내린 한국판 브루킹스재단 역시 더운 여름 청량제 같은 소식이었다.두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공익재단 설립은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훌륭한 경영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유쾌한 사례다. 두 회사는 화장품과 가구라는 전문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회장과 서 회장처럼 국민을 미소 짖게 만드는 결심에 동참하는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