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가도에 ‘빨간불’
심재철 “‘박근혜 끌어들이기’에 철퇴 내린 것”
2007-08-30 매일일보
반박, “박근혜 끌어들이기에 당원들 거부감”
경기도당위원장으로 당선된 남경필 의원은 이번 경선을 준비하며 발전연의 심재철 의원, 수요모임의 정병국 의원, 푸른모임의 임태희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당내 ‘반박’으로 통하는 비주류 및 중도ㆍ소장파를 총집결해 ‘친박’의 김영선 의원에 맞섰다. 이렇듯 ‘친박’ 대 ‘반박’의 전면전 구도로 치러진 이번 경선에서 ‘반박’의 남 의원이 ‘친박’의 김 의원을 12표차로 앞서고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은 지난 7.11 전당대회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남 의원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심재철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남 의원이 당선된 이유를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번 결과로 당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지나친 (대권주자) ‘끌어들이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김영선 의원이 ‘박근혜 대표가 나가라고 해서 경선에 나왔다’고 하는 데 당원들이 거부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 의원은 “실제로 당원들을 현장에서 만나보면 그들은 대리전과는 거리가 먼데, 경선에 임하는 사람들만 대리전을 부추긴다”며 “결국 이번 결과는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박근혜 끌어들이기’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심 의원은 “지난 7.11 전대가 대리전으로 진행되는 꼴을 보면서 당원들은 그런 꼴이 한나라당에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는 ‘끌어들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박 전 대표의 최대 무기가 ‘당 조직력 장악’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조직력이 흔들리는 예로 ‘홍문종 약발’도 이번 경선에서는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심 의원은 “이번에 (친박의)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이 김영선 의원을 도왔다”며 “홍 전 경기도당위원장은 경기도 조직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안 먹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최근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의 분투로 당내 ‘친박’ 세력이 동요되고 있다는 ‘설’이 물 밑에서 나돌았는데, 이번 경선결과로 인해 그같은 ‘설’이 반증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이 전 시장의 측근으로 통하는 A의원은 <폴리뉴스>와 만나 “요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헷갈리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떤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비록 몸은 여기(친박쪽)에 있지만 마음은 그 쪽(반박쪽)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 이렇게 헷갈리는 사람들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이 되면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친박 “‘반박-친박’ 구도의 승리 아닌 개인의 승리”
반면 당내 ‘친박’ 세력에서는 이번 경선이 갖는 의미를 ‘박 전 대표의 패배’가 아닌 ‘남 의원 개인의 승리’로 축소시키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박’ 대 ‘반박’의 대결에서 ‘반박’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김영선’과 ‘남경필’이라는 개인의 대결에서 ‘남경필’ 개인이 승리했을 뿐이라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친박’ 세력으로 당직을 겸하고 있는 B의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익명을 요구하며 “이번 결과를 두고 ‘친박-반박’으로 나뉘어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텐데, 이번 경선결과는 그런 역학구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B의원은 “만약에 ‘친박-반박’ 구도로 경선이 치러졌다면 김 의원이 유리했을 것”이라며 “왜냐면 지난 7.11 전대 당시 경기도에서는 이재오가 아닌 강재섭을 많이 찍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친박-반박’ 역학구도가 성립됐다면 남경필이 아닌 김영선을 찍었을 것이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B의원은 남 의원이 당선된 이유에 대해 남 의원이 김 의원에 비해 ‘지역과의 연고성’이 컸다는 점을 들며, 남 의원 ‘개인의 승리’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B의원은 “경기도는 남도와 북도로 나뉘어있는데, 남 의원은 수원토박이인데다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 되어있고, 지역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에 반해 김 의원은 3선이긴 하지만 비례대표를 두 번하고 이번에 처음 지역을 가진터라 연고성이 떨어졌다”며 “결국 이번 경선은 (친박-반박) 구도에 의한 게 아닌 개인과 지역과의 연고성에 의해 산출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B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박 전 대표의 조직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도당위원장 선거는 중앙위원장 선거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데, 박 전 대표가 도당위원장 선거마저 개입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부탁하면 나중에 진짜 중요할 때 약발이 안 먹혀서 이번에 큰 신경을 안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 역시 “이번 경선 결과에 특별한 의미는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구도에 의한 게 아니라, 남 의원이 경기도 내에서 인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남 의원이 당선된 이유를 평가했다.박근혜, 당 장악력과 민심지표에서 이중고
한편 박 전 대표는 민심지표를 나타내는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5주 연속 1위를 빼앗기며 당 안팎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주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4.8%의 지지율을 얻어 28.2%의 이 전 시장에게 1위를 내어줬다. 참고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지난 21~22일동안, 전국 19세이상 성인남녀 966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진행됐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2%다. 문제는 이같은 양상이 5주 연속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가 민생행보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 1위를 탈환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전 시장은 8월을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 기간으로 정한 뒤 ‘한반도 내륙운하 탐사’에 이어 ‘산업비전 정책탐사’를 진행 중에 있고, ‘100일간의 민생대장정’ 반환점을 돈 손 전 지사 역시 추석 이후까지 민생대장정을 지속할 계획이다.이에 박 전 대표는 9월 중 여의도에 개인사무실을 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민심도 잃고 당심에도 구멍 뚫린 현실이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번쩍거리고 있다.
류승연 기자 <매일일보닷컴 제휴사=폴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