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채권단, 한진해운 ‘물류대란’ 수수방관 대응 논란
정부 대책은 미진…한진그룹은 등 떠밀리듯 자금 수혈 논의
2016-09-06 김현정 기자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이 현실화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당사자인 한진해운은 물론, 금융당국과 채권단, 정부가 줄곧 신규자금 지원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정작 법정관리 이후 구체적인 대응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6일 정부와 금융권,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운항에 차질을 빚는 선박이 급증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이달 4일 오후까지 한진해운의 운항 선박 128척 가운데 60%를 넘는 78척이 정상 운항에 문제를 겪고 있다.선주협회는 2~3일 내로 한진해운의 모든 선박 운항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한다.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는 업체도 갈수록 늘어 한국무역협회에 접수된 피해신고 규모만 1100만달러(121억원)를 넘어섰다.당장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9~10월 특수를 앞둔 국내 제조업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그러나 피해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반면 채권단과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될 경우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반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거부 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30일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채권단 역시 “세계 해운시장에서 화물은 적고 선박은 많은 상태”라며 “선박이 없어서 화물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물류대란이 현실화되자 채권단은 한 발 물러서면서도 당분간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단기적인 후폭풍이 없으리라고 본 건 아니다”라며 “중·장기적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지 3개월 이상 지난 다음에 오판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의 미진한 대응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컨테이너선사 법정관리 첫 사례라는 점을 앞세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올 들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등이 채권금융기관들과 공동 논의를 진행해왔다.이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상황을 해수부 측에 계속 설명하며 법정관리 가능성을 암시했으나 발 빠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컨트롤타워가 없어 부처 간 손발이 맞아떨어지지 않은 채 정부 부처 간 ‘네탓 공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지 6일째야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며 해운업계에서는 불만을 토로한다.물론 당사자인 한진해운과 대주주인 한진그룹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그러나 당장 현실화된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핑퐁 게임’이 거듭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그제서야 한진그룹 측은 움직였다.한진그룹은 5일 오후 한진해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안했다.금융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2, 제3의 피해가 늘어나는 만큼 일단 한진해운의 선박들이 하루라도 빨리 다시 운항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바탕으로 법원 회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