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VS 아시아나’ 불꽃 튀는 이전투구

자존심 한판 대결, 끝장 볼 때가지 간다

2007-09-08     이재필

[매일일보닷컴=이재필 기자]아시아나 항공과 대한항공의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특히 이익이 걸려 있는 노선 배분을 놓고 서로 대립하며 불만이 극에 달한 가운데 매뉴얼 복제를 놓고 서로 간 자존심 대결로 형성,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어 이들의 앞날이 걱정되고 있다.

우선 싸움의 발단이 된 노선 배분의 배경을 한번 들여다보면,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지난 6월 중국과의 항공협정 결과 늘어난 한-중 노선 206회의 운수권에 대해 대한항공에 19개 노선에 주 103회를, 아시아나항공에 20개 노선에 주 103회를 각각 지난 1일 배분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감정의 골 깊어만 가는 노선 다툼

아시아나 항공이 이에 대해 그동안 품어왔던 노선분배 불만을 터트리고 나섰다. 경쟁사의 독점을 보호해주고 자사의 시장만 내주는 편파행정이라며 강력 비난, 노선 재배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건교부는 수년간 신규노선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배분해 왔다”며 “건교부의 이번 중국 노선 배분의 불공정성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적절한 시정조치가 내려지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4년 건교부가 기준을 무시하고 대한항공에 상하이 운수권을 배분한 뒤 톈진·센양 노선에 대해 갖고 있는 대한항공 운항 횟수의 절반을 아시아나항공에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인천-센양에서 대한항공의 독점 지속이 용인된다면 현재 아시아나가 단독 운항하고 있는 인천-광저우 노선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합당하며”며 “이번에 4회 늘어난 광저우 운수권은 아시아나에 배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편파행정 주장에 건교부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92년부터 비공식적으로 선취항공사의 절반노선을 후취항공사에 나누어주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 모두에 각각 101회 운항을 배분해 주고 있다”라며 “톈진 노선의 경우 양사가 참석한 가운데 협의에 의해서 결정된 사항인데 불공정 행정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예정된 마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항공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억지주장일 뿐”이라며 “이번 광저우 노선 배분은 건교부가 최근 새로 마련한 항공노선 배분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아시아나는 새로운 배분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장거리는 대한항공에, 단거리는 아시아나항공에 배분돼 엄청난 특혜를 누려 왔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건교부가 후발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적극 지원,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대표 수익 노선인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에서 집중적인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주장하는 중국 노선의 경우 미국, 베트남, 태국 등과 마찬가지로 항공자유화협정을 맺게 될 예정”이라며 “이는 국가 간 배분 협상을 통해 노선을 나눠 갖는 것 자체가 앞으로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 무의미함을 전했다.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을 경우 양국 항공사들은 운항 지역과 편수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올해의 경우 중국 산둥성의 노선이 자유화 됐다.

이처럼 노선 배분을 놓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현재, 이들의 싸움은 이미 예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 다툼이 있기 전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은 프랑스 파리에 대한 복수노선 취항을 요구했고 이 때문에 대한항공 측과 갈등을 빚었었고 지금도 빚고 있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프랑스 파리에 대한 복수노선 취항 결정은 양국 간 협의 사항이고, 프랑스 정부의 복수노선 취항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에 맞서 “대한항공이 복수취항이 가능한 기준을 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감편운항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파리노선의 경우 만성적인 좌석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를 억지로 감추고 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올해 초 터키 이스탄불 노선 운수권을 놓고도 편파행정시비를 논하며 대립한 적도 있었다.

두 항공사의 대립, 이제 감정싸움으로

이처럼 서로의 이익을 놓고 끊임없이 이를 갈고 있는 두 항공사. 이들의 싸움은 이제 자존심 대결로 번져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설 줄 모른 채 으르렁거리고 있다.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두 항공사, 이들의 현 대립 관계를 말해 주는 사건은 노선 싸움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서로 법적공방을 오가며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매뉴얼 복제를 문제로 제기하면서 법정공방도 불사할 뜻을 비쳤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죄가 없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저작권침해정지 청구소송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규정을 새로 만들면서 대한항공의 비행운영 교범(FOM)을 허락 없이 복제하고 임의로 수정·개작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비행운영규정은 조종사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지켜야할 정책과 절차, 기준 등을 수록한 것으로 대한항공은 1년 3개월 동안 전문 인력을 투입해 규정을 완성하고 저작권을 등록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무단 사용한 만큼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관련법 개정으로 지난 1월부터 항공사들은 새로운 운항 규정을 건설교통부에 신고하고 시행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시행직전까지 운항 규정을 마련하지 못해 건교부로부터 주의를 받은 아시아나항공 측이 대한항공 교범을 입수해 운영규정을 만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실제 확인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소장에서 아시아나 측에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인 비행 운영규정 책자의 인쇄·배포·사용금지, 현재 보관중이거나 배포 한 운영 규정과 필름 전면 폐기, 판결 승소시 일간지 해명문 게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오히려 대한항공의 비행운영교범은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맞소송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의 소장이 접수된 직후 해명 자료를 낸 아시아나항공은 “비행교범 같이 기능이나 실용적 사상의 표현의 경우 관련 판례들이 저작권을 부인하거나 저작권의 보호범위를 크게 축소해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며 “비행운영 규정은 일개 항공사의 완전한 창작물이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가 공유하는 문서”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비행운영 매뉴얼은 기술서적에 준해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라며 “건교부의 지도, 감독 하에 작성하고 인가를 거친 것이다.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대응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로의 이권 다툼이 감정싸움으로 번져 서로 대립하고 있는 두 항공사. 진정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이 서로 간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길인지는 누가 뭐래도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