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오염토지에 세운 아이파크... "도시가 숨을 쉰다고?"

<현산 측 "달천광산 공사, 본사에서는 아는 바 없다" 묵묵부답>
<일각 "2008년 입주 시작, 1만 세대 넘는 주민 안전 심각한 지장">

최근 환경운동연합은 현산이 울산시 북구 달천광산 주변지역에 추진 중인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울산시와 현산은 달천 광산 주변 도로 및 하천에 대한 오염이 확인된 지 3년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떠넘기기만 급급해 주변 지역 오염 토양에 대한 정화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환경연합은 2008년이면 2천 세대의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고 이미 인근에 1만여 세대가 살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공사 승인과 오염 토양의 매립은 향후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광산 주변 지역의 농산물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는 보도가 전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광산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의 오염토양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환경연합의 지적에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현산 오염토 주택가 매립.. 주민 건강 안중에 없어"

달천광산 주변지역은 지난 2003년 토양오염정밀조사결과 비소, 아연, 니켈,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의 수배에서 수십배를 초과해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달천광산 주변 지역을 토양보전대책지역으로 지정하고 오염토양에 대한 정화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이 지역은 아파트 건설을 위한 주택건설사업이 진행중이었고, 울산시는 사업자인 현산이 제시한 오염토양 정화방법을 근거로 사업 승인을 내렸다.

이듬해 5월 토양정밀조사 결과 정화계획이 수립돼 현산에 의해 오염토양 정화 공사가 진행 돼 온 것.

2004년 수립된 오염토양정화계획은 광산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광미' (광산활동 부산물의 일종)는 아파트 인근 매립장에 차수벽, 차폐막 등을 설치해 매립하고, 오염토양은 세척해 유해성을 제거하고 난 이후 매립하는 차선의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이러한 오염토양정화계획이 방법상의 문제로 실패로 돌아가 토양세척 공정은 답보 상태에 있고, 광미를 매립하고자 했던 지역은 개발제한구역내 토지형질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 또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환경연합은 "이에 현산 측은 오염토양 세척 문제는 덮어 두고 비소 오염 광미 중 일부를 지정폐기물로 처리해 대부분의 광미와 비소 오염토를 정화하지 않고 차폐시설에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 주장했다.

울산환경연합 한 관계자는 "광미를 폐기물로 지정해 외부로 반출, 지정된 매립지에 묻는다면 전체 광미에 대해 동일한 처리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면서 "일부만을 그렇게 처리하고 중금속에 오염된 나머지 대부분의 광미는 그대로 아파트 인근에 매립하겠다는 것이다" 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발암물질, 유독물질인 비소로 오염된 광미 폐기물을 아파트 인근에 매립하는 것은 사업자의 편의를 위해 지역 주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 며 강하게 꼬집었다.

일각 "반출 금지된 오염토 함께 빼내려나" 의혹

이와 함께 환경연합 관계자는 현산 측이 광미를 반출하면서 '환경보전법'에 따라 반출이 금지된 다른 오염 토양을 함께 빼내려는 것 아니냐" 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만 반출 내역을 확인할 뿐 실질적으로 차량을 일일이 검사하지는 않는다" 면서 그와 같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농촌공사 환경지질사업팀 관계자는 "광미는 색깔부터가 확연히 구분된다" 며 " 른 오염토양이 함께 반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또 "(개발제한구역 문제 등으로) 광미 매립지역이 축소된 상황에서 일부 광미를 지정폐기물로 인정받아 별도 매립장으로 가져가는 것" 이라며 "남은 광미는 아파트 인근에 차수벽, 차폐막을 설치해 매립하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 측에서는 이와 관련해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현산 홍보실 유 모 부장은 "글세.. 환경연합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지역 신문에서 읽은 것 같다" 며 "그러나 달천광산 관련 문제는 아는 바가 없다. 본사에서는 그 문제에 관해 답변해 줄 사람이 없으니 울산 현장 사무소에 한번 연락해 봐라" 고 일축했다.

이에 달천광산 지역 현장 사무소에 수 차례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었다. 

환경연합 "현산, 주민 안전 위해 오염된 광미 전량 처리" 주장

환경연합에 따르면 현재 현산 측은 광미를 지정폐기물로 인정받고, 일부 광미를 반출했다.

이에 환경연합은 "현산은 입주자 및 지역주민을 위해 달천광산 지역의 오염된 광미를 법적 절차에 따라 전량 처리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아파트 인근에 건설될 학교 부지내의 오염토 매립을 중단하고 비오염토로 성토하라" 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택단지 주변에 광미폐기물을 매립하는 것을 방관"하는 환경부를 규탄하며 "오염지역의 완벽한 복원을 위한 대책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행자부 감사 '특혜승인' 불구 공사 진행 논란

한편 환경연합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난해 행정자치부 감사에서 몇 가지 이유로 '특혜승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소 등 중금속으로 오염된 지역에 대해 토양보전대책지역으로 지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것과 오염토양에 대해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정화계획을 수용했다는 점.

또 토양정화공사와 아파트 건설공사를 병행해 추진토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제한구역 및 자연녹지지역 내에서 차수벽 설치 등 토지형질변경허가 없는 토양정화 공사 추진 역시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달천광산 지역은 아파트 공사와 오염 토양 정화가 동시에 진행돼 왔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행자부에서 울산시 강모 전 환경국장에 대해 달천광산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울산 지역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당시 징계대상이 된 강 전 국장은 환경국장 재직시인 2004년 6월 울산환경운동연합이 이 지역 중금속의 인체 유해론을 제기한 데 대해 시의회 교사위에 참석 "달천광산의 비소는 안정화된 형태의 이온화되지 않는 화합물로 불용성이어서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 며 "수백년간 주민 가운데 비소 중독이나 피해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고 무해론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환경연합이 2004년 1, 2월 달천광산 주변 학교, 농경지, 임야, 도로 등 16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정밀분석한 결과 총 12곳이 비소 대책기준(15mg/kg) 우려기준(6mg/kg)을 각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5월 농업기반공사가 최종적으로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고치가 환경보전법에서 정하고 있는 우려대책기준의 비소는 67배/27배, 아연은 33배/15배, 니켈은 176배/71배로 토양이 중금속으로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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