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전을 향한 가을 전어의 외침

2016-09-28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모르시나본데, 요즘 이 가격에 이 정도(양)면 많이 드리는 겁니다.”

‘집나간 며느리도 발길을 돌리게 한다’는 가을철 별미 ‘전어(錢魚)’를 주문했더니, 나오는 양이 생각보다 적어 횟집 사장을 향해 한소리 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속으로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한 거 아냐.’ 회를 무척 좋아하는 탓에 주말이면 가끔씩 들리는 단골 동네 횟집이었는데, 단골을 이토록 푸대접하니 집나간 며느리 발길을 돌리기는커녕 오든 손님 발길만 끊길 것이라고 나 역시 웃으며 성을 냈다.

그랬더니 사장은 짐짓 무거운 톤으로 푸념 섞인 말을 쏟아냈다.

사장 말에 따르면 이번 여름 폭염으로 인해 더워진 해수온도 때문에 전어가 들어오지 않아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남해안에 발생한 콜레라로 횟집을 찾는 손님이 절반으로 뚝 끊겼는데, ‘전어’마저 없어 가을 장사는 망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양식장은 사정이 더하다고도 말했다. 고온에 폐어가 대량 속출했고, 이로 인해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기계를 밤낮으로 돌렸더니 전기세 폭탄까지 맞았다고 한다.

며칠 뒤 사장의 말대로 방송에서는 폭염 때문에 전어 어획량이 계속 줄어 지난해 5400t, 올해 7월까지 3000t을 잡는데 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때 사장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기 요금이라도 줄여주면 좋을 텐데….”

28일 한국전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과 비교해 8월 전기요금이 2배 이상 늘어난 가구가 298만 가구, 5배 이상 늘어난 가구는 24만 가구에 달했다.

한전은 늘어난 가구 수 만큼 8월 주택용 전기요금으로만 1조원을 거둬들였다.

한전은 지난해 1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 역시 여름 누진세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전이 이익을 낼 수 있었든 배경에는 본사 사옥 매각과 저유가로 인한 전기 원가 절감 등도 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107조원에 달하며, LH에 이어 2번째로 부채비율(158%)이 높다

때문에 국민들의 한전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누구나가 지적하는 원가 측정 방식에 대해서는 입을 닫으면서도 과도한 누진세 적용으로 부채 탕감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도 마치 ‘일’을 정말 잘해서 성과를 낸 마냥, 최근 한전은 직원 1인당 2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의 낮은 자세는 찾아볼 수가 없다. 

퇴근길 횟집 수조 속을 바라보며 몇 마리 없는 전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전을 향해 이렇게 뻐끔하는 것만 같다.

“어이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