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VS이학수 '포스트 이건희' 주도권 다툼 내막은
재계 "'실권자' 와 '전문경영인'.. 태생적 한계 갈등 내포"
윤 부회장, 황태자 이재용 상무 추진 사업에 부정적 견해
일각 "이 부회장, 이 상무 빌미로 윤 부회장 밀어내나" 추측
이렇게 되자 이 회사는 지난 7월 26일 1조8천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 하고 내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돈을 투입하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섰다.
이를 두고 그룹 내에서 S-LCD 사업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진 것.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내 S-LCD 비판론자들은 '괜스레 경쟁상대인 소니와 손을 잡아 그쪽만 이득을 보고 삼성은 얻은 게 없다' 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고 전했다.
사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올 초 이 상무의 승진에 대한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았지만 결국 승진은 무산됐다.
물론 에버랜드 사건을 둘러싸고 삼성의 경영승계 방식이 한창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던 터라 그 중심에 서 있는 이 상무의 승진이 시기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외에도 S-LCD 에 대한 비판이 이 상무의 승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S-LCD 사업이 이 부회장과 윤 부회장의 갈등설에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바로 S-LCD 비판론자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윤 부회장이라는 사실이다.
삼성의 황태자 이 상무가 주도한 사업에 대해 윤 부회장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 상무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 볼 때는 '괘씸죄'를 적용할 만할 일인 것.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 상무를 빌미로 윤 부회장을 밀어내는 것 아니냐"는 최악이 시나리오마저 거론될 정도다. 이학수VS윤종용.. 태생적 한계가 갈등 유발?
한편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과 윤 부회장 사이에 떠도는 갈등설이 S-LCD 사업으로 인해 표면화된 것일 뿐 사실상 그룹 내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태생부터 미묘했다고 얘기한다.
지난 1987년 이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 만 19년 동안 두 사람이 그룹의 중추로서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윤 부회장이 각각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은 비서실(구조본)의 권한이 다른 어떤 그룹보다 막강하기로 이름 높다. 심지어 '구조본 임원이 계열사 사장보다 힘이 좋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당연히 비서실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그야말로 '만인지상 일인지하' 라 부를 만 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비서실 재무팀의 핵심으로 사실상 삼성의 안살림을 맡아왔다.
삼성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이 부회장과 윤 부회장이지만 이처럼 한 사람은 '오너를 최측근에서 보필하는 그룹 전반의 '권력자'로 각인돼 왔고, 다른 한 사람은 그룹의 주력 사업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전문경영인'의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다.
이는 곧 비서실 수장으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도 윤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만큼은 많은 입김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가하면 윤 부회장은 삼성을 먹여살리고 있는 전자의 수장이지만 그룹 내 장악력에 있어서는 이 부회장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을 얻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서실 출신인 이 부회장과 전자맨인 윤 부회장의 관계가 껄끄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겠느냐" 고 공공연히 얘기하기도.
'실권자' 이 부회장, '성공한 CEO' 윤 부회장. 과연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에서 누가 우위를 점해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 최고 경영인으로 떠오를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