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화손보, 내 돈 아니라 상관없나?

車 사고 보상금평균 합의액보다 3~4배가량 많게 책정

2017-10-04     전근홍 기자
[매일일보 전근홍 기자] 손해보험업계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 6위인 한화손해보험이 車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의 합의요구액을 맞추려 약관에 명시된 대인 보상금 지급 일부 항목을 명확한 처리 기준 없이 증액해 지급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본지가 입수한 한화손보의 자동차 사고 합의금 산출 명세서와 보상처리확인서에 따르면, 특정 환자 1인에게 지급된 총 손해액은 662만5300원이다. 이 액수의 면면을 보면 순 합의금액은 450만원이고 치료를 위해 병원 측에 지불 보증된 액수는 212만5000원이다.이 같은 액수는 보험개발원이 공시한 2015년 평균 피해자 1인당 손해액 263만3000원 보다 3~4배가량 많은 액수다.우선 사고가 발생된 뒤 합의금을 계산할 때 들어가는 약관상 항목을 살펴보면 위자료, 휴업손해, 상실 수익액, 향후 치료비 등을 들 수 있다. 위자료는 진단명에 따라 그 액수가 등급별로 정해지고 휴업손해는 부상으로 휴업함으로써 수입의 감소가 있는 경우 피해자의 실제 수입 감소액의 80%를 지급하는 규정이다.이외에 상실 수익액과 향후 치료비 역시 부상 정도를 고려해 책정하도록 돼 있다.그러나 입원 기록도 없고 합의 당시 후유장해진단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입수된 합의금 산출 명세서를 보면 문제가 된 항목은 휴업 손해액과 향후 치료비다.한화손보 측은 “피해자가 만 60세이며, 주부인 점 등으로 상해등급 최저보다 약간 높은 12등급을 기준으로 일용직 근로자 평균임금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이어 “해당 사고의 피해자가 6개월 이상 통원해 자체적으로 ‘연성사기’ 가능성을 염두했지만 지인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한 동승자고 이른바 강성 피해자여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요구조건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한화손보 관계자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자체적으로 ‘소비자권익보호위’를 구성해 명망 있는 외부위원들을 초빙하여 조정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 입장에선 다수의 고객들의 보험료로 운영되기에 철저한 보상기준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 국민건강심사평가원을 통해 사고 시 의료비가 점검되는데 한화손보의 합의 방식은 과하다”고 지적했다.이들은 그러나 “과도한 보상금 요구에 대해 손보사가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 금융당국에 민원제기가 급증해 오히려 손보사가 ‘갑’이라는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따라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한 합의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 전문가들은 “현행 합의체계는 약관상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피해자가 ‘강성’일 경우 손보사 입장에선 요구조건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과한 보상금이 책정되면 손보사의 손해율이 증가해 종래에 보험금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에 “피해자의 신체 손상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국립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게 하도록 하고 과한 보상금이 책정 될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사후관리 감독이 이뤄지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