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상무 신세계 후계구도 다크호스될까

일각 "조선호텔 중심 사업군 묶어 계열분리" 추측

2006-09-18     권민경

재벌가 이례적으로 거액 지분 증여받은 배경 분분
재계 "이명희 회장, 경영승계서 딸 배제 안 할 것"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지난 9월 초 재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핫 이슈로 떠오른 '투명 상속' 의 주인공 신세계 그룹.

여타 재벌그룹들이 편법 상속을 통해 세간의 도마에 오른 내린 것과는 달리 신세계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세금을 정당하게 내겠다고 나서 화제가 됐다. 정재은(68) 명예회장은 9월 7일 보유지분 147만4천571주 전량을 아들 정용진(38) 부사장과 딸 정유경(34)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식 증여로 정 부사장과 정 상무는 시가로 7천억 원 가량의 지분을 증여받기 때문에 증여세 세율 50%를 감안하면 대략 3천500억 원의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재벌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세금액수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으로 신세계에 쏠린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그런데 시간에 흐르면서 업계의 관심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려졌다. 정 부사장과 정 상무가 물려받은 주식의 비율이 56.9대 43.1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진 것.

물론 '다 똑같은 자식인데..' 라고 할수도 있지만 재벌가 속성상 결혼해 출가한 딸에게 그 정도에 달하는 지분을 물려주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용진-유경 남매 후계구도 교통정리하나사실 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부쩍 정 부사장과 정 상무를 주축으로 한 신세계의 승계작업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말 정 상무의 남편인 문성욱(34)씨가 (주) 신세계I&C 상무로 전격 임명되면서 이런 추측들이 본격화됐다.

문 상무를 영입한 ㈜신세계I&C는 IT솔루션 및 인터넷 쇼핑 등 첨단사업을 전개하는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신세계 측은 문 상무 투입 배경에 대해 "IT 분야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한 인사" 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상무가 이명희(64) 회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단순한 전문가 투입 차원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즉 문 상무의 신세계호 승선을 계기로 정 부사장과 정 상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 것. 업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주) 신세계를 주축으로 하는 유통부문을, 정 상무 부부가 호텔을 비롯한 레저 등 유통 외적인 부문을 맡는 방향으로 후계구도가 정리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 상무 지분 상속.. 계열분리 사전 작업?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 명예회장이 보유지분 147만4천571주 가운데 63만4천571주에 달하는 지분을 정 상무에게 증여하면서 업계의 관측은 한 발 더 나아가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로까지 번졌다.

즉 신세계 그룹의 지분구도를 보면 (주) 신세계가 중심이 돼 나머지 사업군을 묶는 대주주로 형태이므로 만약 사업군을 분리하게 될 경우 지분정리에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향후 조선호텔을 축으로 레저(베이커리, 푸드 시스템 등 식음료 포함) 등의 사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 정 상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면 지분정리에 드는 비용을 미리 준비해 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에 정 상무에게 상속된 (주) 신세계의 지분은 향후 재산분가에 드는 비용을 준비시켜 둔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 일각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물론 이에 대해 신세계 측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자세한 내부 사정이야 알 수 없다" 면서도 "계열 분리를 고려하면 무엇 때문에 (주) 신세계 지분을 그렇게 많이 넘겨줬겠느냐" 고 반박했다.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는 누구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의 딸인 정 상무는 서울예고,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2001년 초 3월 초등학교 동창인 문성욱 신세계I&C 상무와 결혼,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문 상무는 SK텔레콤 전략기획실을 거쳐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인 벤처스코리아에서 투자심사역(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문씨의 부친은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문청씨.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에서 상무 직함을 가지고 있는 정 상무는 전공을 살려 호텔의 디자인과 인테리어 분야의 고급화에 힘쓰고 있다. 또 영국 사라 퍼거슨 전 왕세자비의 결혼 때 부케를 맡아 유명해진 꽃집 '제인 파커'를 2003년 국내 최초로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에 들여온 것도 정 상무의 업적이다.

그런가하면 국내에 수입 멀티숍 바람을 일으켰던 신세계인터내셔널 ‘분더샵’ 도입도 정 상무 작품.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하는 신세계의 특성상 정 상무 또한 아직까지 경영 전반에 나서기  보다는 자신의 전공인 디자인 부문에만 주로 관여하고 출근 역시 비정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인 이명희 회장이 경영승계 과정에서 딸 정 상무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재계는 분석하고 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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