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손복조 사장 산업은행에 '팽' 당하나

모회사 산은 대우 이사회 장악.. 친정체제 가속화?

2007-09-18     권민경

<산은 "대주주로서 경영 감시일 뿐" 확대해석 경계>
<금융권 "손 사장 입지 줄고 공동 대표 체제 갈 것">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요사이 금융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던 산업은행이 지난 4월 퇴임한 이윤우 전 부총재를 등기이사로 내려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이 전 부총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이렇게 되면 대우증권 이사회를 산업은행이 장악하는 셈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이에 따라 대우증권 손복조 사장의 입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은 제각각 항간의 추측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반응이지만 향후 대우증권 경영은 이윤우 전 부총재, 손복조 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가 될 것이라는 데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 "손 사장 잘하고 있는데... 경영 관여 없을 것"

산업은행은 지난 11일 "이 전 부총재의 등기이사 선임 건이 최근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과했다" 면서 "대우증권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이 전 부총재의 등기이사 임명은 대주주로서의 감시 기능일 뿐" 이라며 "일각의 추측처럼 경영권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될 것이다"면서 "업계에서야 이번 산은의 결정에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보기에 따라 다른 것이다" 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손 사장이 잘하고 있는데 뭐.. 변함이야 있겠느냐" 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 사장 취임 이후 대우증권이 업계 1위 증권사로 재도약 하는 등 일련의 성과를 거뒀는데, 굳이 이 시점에 전임 임원을 내려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자회사인 대우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실질적 경영 관여를 위한 것 아니냐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달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은행 내 자회사와 주요 부서간 업무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대우증권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책은행 기능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과의 연계를 강화해 업무 영역을 넓히고 결국에는 민간금융으로 진출을 확대해 나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총재의 대우증권 등기이사 선임과 이사회 의장 가능성에 대한 말이 나오면서 산은이 친정체제를 가속화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손 사장의 입지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즉 향후 대우증권은 이 전 부총재와 손 사장의 공동대표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증권 "산은 등기이사 오히려 잘 된 일"

그러나 대우증권은 오히려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산은 측 임원이 등기이사로 왔었기 때문에 별다른 상황은 아니다" 면서 "경영관여는 전혀 없을 것이다" 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증권에서 보자면 대주주와의 '라인' 이 생기는 건데 더욱 좋은 것 아니냐" 며 "오히려 편하게 된 것이지 전혀 껄끄러울 것이 없다" 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대주주가 이사회 임원으로 온다는 것은 그만큼 대우증권에 관심을 가지고 관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대우증권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이 전 부총재는 대구 출생으로 경북고, 서울대 상대를 나와 지난 72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런던지점장과 국제금융부장, 종합기획부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분야 업무에서 실력을 쌓아 2003년 5월 산업은행 부총재에 올랐다.

지난 4월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5개월여만에 대우증권 등기이사로 오게 된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3년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 및 협회에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여기에 취업하려는 공직자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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