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그룹 '잘 나가는 이유' 따로 있다

재계 '백종헌 회장, '개발능력'과 '기업인수감각' 주목"

2006-09-18     권민경

<프라임 "부실회사 사들여 알짜배기 회사로 키워낸다">
<고용안정 중요시해 M&A 뒷 따르는 잡음도 거의 없어>

[매일일보닷컴= 권민경 기자] 최근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프라임 그룹(이하 프라임)이다.

지난 6월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두산, 한화 등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금호에 이어 2우(예비협상대상자)를 차지하면서부터 프라임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높아졌다.


총력을 기울였던 대우건설 인수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곧바로 동아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이로써 자산 1조5천억원으로 재계 50위권 밖에 머물던 프라임은 제2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처럼 공격적인 M&A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백종헌 회장이다. 현재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경영자들이 대부분 재벌그룹 오너 일가라는 타고난 뒷 배경을 가진 데 반해 가난한 집안의 고학생이었던 백 회장이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그의 탁월한 통찰력 때문이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평범한 사람과는 정말 생각하는 게 다르다. 우리가 미처 따라가지 못할 만큼 말리 앞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백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하고 있는 프라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백 회장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는 감각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백 회장의 이런 안목은 프라임이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프라임은 지난 84년 호프주택건설로 출발해 98년 테크노마트를 개발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너인 백 회장은 당시 서울 구의동 쓰레기 하치장 부지를 사들여 지상 39층, 연면적 8만평에 달하는 초대형 복합전자 상가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명동 아바타, 광명 크로앙스,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등 1조원 이상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을 잇따라 개발했다.  

부동산 개발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온 백 회장은 이후 과감한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사세를 더욱 확장시켰다.

98년 국내 최고 엔지니어링 회사인 (주) 삼안을 시작으로 서은상호신용금고(현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영화업체 이노츠(현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며 계열사를 10개까지 늘린 것.

프라임, 남다른 인수합병... 구조조정 인한 잡음도 없어

주목할 만한 점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굵직굵직한 대형 매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사들이는 데 비해 프라임은 부실회사들을 주로 인수해 왔다는 것.

물론 여기에도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인수 당시 경영 사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업계에서 탄탄한 노하우가 쌓인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98 년 인수한 삼안은 국내 최고의 엔지니어링 회사였지만 당시 내부적 문제로 부도 위기를 겪었고, 같은해 인수한 서은상호신용금고 또한 적자투성이었다. 2003년 인수한 한컴 역시 경영진 분쟁으로 좌초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프라임에 편입된 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고, 지금은 각기 업계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안은 기술 개발과 과감한 자본 투자 등을 통해 최근 3년 연속 업계 매출 1위의 정상업체로 재도약했다.
프라임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서은상호신용금고는 지난해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최우수 등급을 획득하며 우량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한컴 또한 지난해 코스닥 등록 이후 360억원에 달하는 최대 연간 매출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 상반기 매출 223억원, 영업이익 40억원으로 199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반기매출 200억원을 돌파, 사상 최대 상반기 매출을 기록했다.

프라임 백 회장은 이렇게 알짜배기 회사들을 골라내 일시적으로 어려웠던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더 크게 키워낸 것이다. 이렇다보니 인수합병에 늘 뒤따르는 잡음인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원감축, 노조 반발 등의 문제가 프라임에게는 거의 없다는 점 또한 업계의 주목을 사고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은 프라임과 공동으로 본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프라임 측과 합의된 내용 중에는 종업원 100% 고용승계 보장과 함께 자산 매각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토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동아건설 노하우 바탕으로 해외진출 나설 것

이처럼 부동산 개발을 통해 쌓은 능력과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안목을 바탕으로 프라임은 지난달 동아건설 인수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프라임은 시행, 설계에 이어 시공업체까지 아우르는 건설 주력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프라임은 종합개발시행사업 전문회사인 프라임산업과 설계감리 전문기업인 삼안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아건설의 시공능력까지 더할 경우 건설업계 내 위상은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아건설의 국내외 시공실적을 넘겨받아 국내 공사는 물론 해외진출까지 용이하게 됐다.

프라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동아건설이 해외에서 쌓은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 아프리카, 중동 등 해외시장 개척에 활발하게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프라임이 동아건설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기까지는 몇 가지 해결돼야 할 난제가 있다.

무엇보다 2001년 파산선고를 받은 동아건설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법정관리로 회생시켜야 하는 일과 동아건설의 건설업 면허 회복 여부, 과거 실적 승계 가능 여부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면허와 실적 승계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법무부가 "회복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건교부의 최종허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동아건설이 원전사업 등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기공사업 면허와 실적 회복에 대해서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류우드,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할 일 많아

한편 프라임은 지난 4월 건설교통부가 확정한 수도권 북부내륙화물기지의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경기 파주읍 봉서리 일대 11만8천평에 들어서는 수도권 북부 내륙화물기지는 복합화물터미널과 내륙 컨테이너 기지를 2008년 착공해 2011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북 칠곡에 이어 파주의 복합화물터미널 운영에 참여함에 따라 프라임은 국내 내륙 화물업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그런가하면 3월에는 '한국판 할리우드' 라 불리는 일산신도시 한류우드 1차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30만평에 들어서는 한류우드는 지난해부터 기반공사가 시작돼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을 완공목표로 약 2조원이 투입되는 대형프로젝트.


이와 함께 프라임은 지하 7층, 지상26층 연면적 8만6천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 쇼핑몰인 신도림역 테크노마트를 2007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이다. 유동인구가 하루 약 50만에 이르는 신도림역 테크노마트는 4천여개의 디지털 매장과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프라임이 추진하고 있는 굵직한 프로젝트가 연달아 진행되면서 재계는 그 과정과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관심이 프라임에게는 때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프라임 한 관계자는 "관심을 가져주는 건 고마운 일이다" 면서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너무 지나치게 외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회장님 또한 앞에 나서고 알려지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 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임의 공경적인 M&A 경영이 지속되는 한 프라임에 쏠려있는 재계의 관심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