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진정한 노인의 날'을 기다리며

2017-10-05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매일일보] 결실의 계절 10월이다. 10월은 법정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내의 기념일 47개 중 중 무려 11개가 10월에 몰려있다. 10.1일 국군의 날을 시작으로 체육의 날, 문화의 날, 지방자치의 날 등이 빼곡히 달력을 채우고 있다.그러나 일반인들이 공휴일을 제외한 기념일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10.2일 노인의 날은 10.1일 국군의 날과 10.3일 개천절 사이에 끼어 더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노인의 날은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을 공경하기 위해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기념일을 맞아 전국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우리구도 500여 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영등포아트홀에서 작은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흥겨운 한마당에 어르신들과 출연자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그러나 실제 우리 어르신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특히 노년의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의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독보적인 1위이다. 약 50%에 이른다. 노인자살율 또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WHO자료에 따르면 70세 이상 어르신 10만 명당 11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공적연금의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확대 지급하는 한편 일자리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우리구 역시 어르신들의 노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한 ‘꽃 할매네 주먹밥&찬’ 가게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아 개업 1년 만에 3만개가 넘는 주먹밥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노후 설계를 위한 50+센터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특히 10월부터는 지역 내 음식점, 이‧미용업소, 안경점 등 440여 개의 으뜸업소를 5~5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노인 전용의 ‘백세카드’도 본격 시행하고 있다.그 동안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포화를 딛고 부지런함 하나로 반만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는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정작 자신을 위한 노후준비는 부족한 분들이 많다. 아직 이분들에게 ‘노인의 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노구(老軀)를 이끌며 생업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날. 빈곤의 무게로 생을 포기하는 어르신들이 없는 날. 다음 세대로부터 진정 존경을 받는 날. 그런 ‘노인의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