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권 해법 찾았다
1백일 민심장정이 지지도 크게 끌어 올려
기자협회, 의원 보좌관 등 여론주도층 지지율 1위-손학규 차기 대선 태풍의 눈으로 부상
손학규 전 지사는 최근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중 가장 선호하는 인물로 나타났는가 하면, 국회보좌진 31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감 1위로 지목됐다.
이른바 여론주도층에서 손 전 지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 창간된 모 중소기업신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업종별 대표성을 갖는 CEO 1000명과 중소기업 중앙회 소속 협동조합 이사장 및 연합회장 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40.4%, 이명박 전 시장 36.5%, 고 건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가 5.8%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손 전 지사에 비해 4% 낮은 21.3%로 2위를, 전 총리와 박 전 대표가 각각 12.6%로 3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8.6%로 5위, 이어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5.2%로 6위, 정동영 전 의장이 2.3%로 7위를 달렸다.
손 지사는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42주년 기념으로 회원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손학규 지지도 상승세, 그 의미는...
‘손학규’가 뜨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도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그동안 밑바닥 지지율로 애를 태웠던 손 전 지사는 반환점을 넘어선 ‘1백일 민심대장정’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면서 뚜렷한 상승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를 기약할 정도’라는 호평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30일 도지사 이임식을 마친 뒤 곧바로 뛰어든 ‘1백일 민심대장정’을 두고 ‘정치쇼’나 ‘이벤트성’이 될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많은 언론들도 그의 ‘대장정’을 호평하고 있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장정 기간 내내 한번도 손질하지 않은 텁수룩한 수염과 머리는 도저히 그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마치 ‘도인’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육체노동으로 거칠어진 손과 구릿빛 얼굴, 뚝뚝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고위 정계 인사’가 아닌, ‘자연인’ 그대로라는 평이다. 현역 정치인이 이토록 오랜 기간 민심의 현장에서 직접 땀흘린 전례는 없다.
그의 행보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2만여 개의 격려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장정을 함게 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적잖이 발견된다. 자신을 “안성 수해 때 참가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한 중학생을 수해복구 작업에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손 지사의 모습에 가슴 뭉클해졌다”면서 “아주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껴 보았다. 작고 미약하나마 함께 대장정에 동참하고 싶다”고 적기도 했다.민심을 읽고 이해하려는 의지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는 국민들이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정치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국민 가까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실생활을 나아지게 만드는 정치라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희망이라는 이름의 내일을 보여주는 정치라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심대장정은 대한민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꼭 그렇게 만들겠다. 그리고 오늘의 이 (국민들과의) 만남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정치인들에 대해 ‘일관성’과 ‘진정성’을 특히 주목하는 국민들은 이런 점에서 손 전 지사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당내 수요모임도 공개지지 나서
2007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9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한나라당 내에서 대선 경선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서 칩거에 가까운 휴식을 취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달 말 여의도에 사무실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역시 ‘내륙운하’ 탐사에 박차를 가하며 본격적으로 대권 경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 손 전 지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내에서 ‘손학규 자세히보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손 전 지사에 대해 “이명박이 한 번 쓸 카드라면 박근혜는 두 번까지 쓸 수 있는 카드고, 손학규는 세 번까지 쓸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즉 바닥에서 계속 올라오고 있는 손 전 지사가 나이와 능력 등을 고려하면 가장 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두 대권주자에 비해 오래된 ‘심복’이 많은 것도 손 지사의 강점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도 손 전 지사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창업을 하려면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시장조사 나선 사람은 손 전 지사 밖에 없다”며 ‘민심대장정’에 나선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주목했다.
당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남경필 대표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안정성이 뛰어난 손 전 지사”라며 “‘손학규 띄우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모임 의원들은 다음 달 손 전 지사가 민생탐험을 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 그를 지지키로 하는 등 모임 차원에서 ‘손학규 띄우기’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누차 지적됐던 대로 손 전 지사의 대중성이 약하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가 헤쳐나가야 할 관문은 수 차례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의 여론조사와 손 전 지사에 대한 평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한다. 현재 민심대장정을 통해 가능성은 살렸지만 그것만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예단은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의 후보 선출 방식이 달라진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은 대장정이 끝나는 10월 중순쯤이 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