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권 해법 찾았다

1백일 민심장정이 지지도 크게 끌어 올려

2007-09-18     이기영 기자

기자협회, 의원 보좌관 등 여론주도층 지지율 1위-손학규 차기 대선 태풍의 눈으로 부상

[매일일보닷컴= 이기영 기자]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는 최근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중 가장 선호하는 인물로 나타났는가 하면, 국회보좌진 31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감 1위로 지목됐다.

이른바 여론주도층에서 손 전 지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 창간된 모 중소기업신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업종별 대표성을 갖는 CEO 1000명과 중소기업 중앙회 소속 협동조합 이사장 및 연합회장 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가 40.4%, 이명박 전 시장 36.5%, 고 건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표가 5.8%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자 시사저널은 국회 4급보좌관, 5급 비서관 총 311명(열린우리당 138명, 한나라당 144명, 민주당 12명, 민주노동당 12명, 국민중심당 4명, 무소속 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감으로 적합한 정치인’ 설문조사에서 손전 지사가 25.3%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손 전 지사에 비해 4% 낮은 21.3%로 2위를, 전 총리와 박 전 대표가 각각 12.6%로 3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8.6%로 5위, 이어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5.2%로 6위, 정동영 전 의장이 2.3%로 7위를 달렸다.

손 지사는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42주년 기념으로 회원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저평가 우량주’로 불리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뜨고 있는 것이다.

손학규 지지도 상승세, 그 의미는...

‘손학규’가 뜨고 있다.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도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

그동안 밑바닥 지지율로 애를 태웠던 손 전 지사는 반환점을 넘어선 ‘1백일 민심대장정’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면서 뚜렷한 상승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래를 기약할 정도’라는 호평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30일 도지사 이임식을 마친 뒤 곧바로 뛰어든 ‘1백일 민심대장정’을 두고 ‘정치쇼’나 ‘이벤트성’이 될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많은 언론들도 그의 ‘대장정’을 호평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1백일 민심대장정’을 “국민과의 사랑을 만들어 가는 시간”, "만남을 위해 떠난 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백일 민심대장정 프로젝트’가 15일로 77일째다.그동안 그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전국 40여곳 이상을 돌아다녔다. 전남 장성을 시작으로, 전북-충남-충북-강원-경북-제주 등을 돌며 비지땀을 흘렸다. 과수원, 탄광작업, 조선소, 수해복구, 돼지치기, 생선도매상...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그들과 함께 일을 했다. 가는 곳마다 밤늦도록 토론회를 열어 민심을 듣고, 꼼꼼히 기록했다. 그렇게 보낸 날이 어느덧 70일을 넘어선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장정 기간 내내 한번도 손질하지 않은 텁수룩한 수염과 머리는 도저히 그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

마치 ‘도인’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육체노동으로 거칠어진 손과 구릿빛 얼굴, 뚝뚝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고위 정계 인사’가 아닌, ‘자연인’ 그대로라는 평이다. 현역 정치인이 이토록 오랜 기간 민심의 현장에서 직접 땀흘린 전례는 없다.

그 때문일까. 손 지사의 민생대장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처음엔 ‘지지율 제고를 위한 정치쇼’ 정도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대장정의 반환점을 돌아 80여일에 접어든 지금은 이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경기지사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정계에 복귀하지 않고, 민생 현장으로 뛰어든 그의 선택은 현재까지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정치인들만의 게임으로 인식되는 ‘여의도 정치’에서 탈피하겠다”는 그의 초심은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행보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는 2만여 개의 격려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장정을 함게 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적잖이 발견된다. 자신을 “안성 수해 때 참가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한 중학생을 수해복구 작업에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손 지사의 모습에 가슴 뭉클해졌다”면서 “아주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껴 보았다. 작고 미약하나마 함께 대장정에 동참하고 싶다”고 적기도 했다.민심을 읽고 이해하려는 의지

손 전 지사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는 국민들이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정치는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서 “국민 가까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실생활을 나아지게 만드는 정치라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희망이라는 이름의 내일을 보여주는 정치라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심대장정은 대한민국 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꼭 그렇게 만들겠다. 그리고 오늘의 이 (국민들과의) 만남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가 전국을 돌며 매일 밤 꼬박꼬박 쓰는 일기에는 노동 속에서 느낀 단상과 민초들의 목소리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장정을 하면서 백성들의 어려운 생활에서 근본을 찾은 세종대왕이 항상 떠오른다”는 말에선 민심을 읽고 이해하려는 손 전 지사의 의지가 역력히 묻어난다.


정치인들에 대해 ‘일관성’과 ‘진정성’을 특히 주목하는 국민들은 이런 점에서 손 전 지사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당내 수요모임도 공개지지 나서

2007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9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한나라당 내에서 대선 경선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서 칩거에 가까운 휴식을 취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이달 말 여의도에 사무실을 오픈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역시 ‘내륙운하’ 탐사에 박차를 가하며 본격적으로 대권 경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 손 전 지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내에서 ‘손학규 자세히보기’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손 전 지사에 대해 “이명박이 한 번 쓸 카드라면 박근혜는 두 번까지 쓸 수 있는 카드고, 손학규는 세 번까지 쓸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즉 바닥에서 계속 올라오고 있는 손 전 지사가 나이와 능력 등을 고려하면 가장 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또 다른 두 대권주자에 비해 오래된 ‘심복’이 많은 것도 손 지사의 강점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도 손 전 지사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창업을 하려면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시장조사 나선 사람은 손 전 지사 밖에 없다”며 ‘민심대장정’에 나선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주목했다.

당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 남경필 대표는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안정성이 뛰어난 손 전 지사”라며 “‘손학규 띄우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모임 의원들은 다음 달 손 전 지사가 민생탐험을 하고 있는 현장을 찾아 그를 지지키로 하는 등 모임 차원에서 ‘손학규 띄우기’에 돌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누차 지적됐던 대로 손 전 지사의 대중성이 약하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가 헤쳐나가야 할 관문은 수 차례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의 여론조사와 손 전 지사에 대한 평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한다. 현재 민심대장정을 통해 가능성은 살렸지만 그것만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예단은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의 후보 선출 방식이 달라진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손 전 지사는 이 같은 정계의 관측과 분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저 함구한 채 묵묵히 민심 살피기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은 대장정이 끝나는 10월 중순쯤이 될 계획이다.

정치권은 가을정국을 고비로 급속하게 대선 정국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를 비롯, 고건, 박근혜, 이명박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은 내년 12월에 대선을 향해 조심스럽게 용틀임을 시작했다. 어쩌면 정치에 무관심해 보이는 국민들도 지금 누가 진한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lgy9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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