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예금’ 가계 자산…올 상반기 45조 늘어
경제 불확실성 영향…고령화에 보험·연금자산 비중 확대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경기 불확실성에 현금,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가계가 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은 3284조3442억원으로 작년 말(3176조1349억원)보다 108조2093억원(3.4%)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 및 예금은 1413조624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45조5545억원(3.3%)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액이 106조7812억원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현금 및 예금 통계는 요구불예금 등 결제성 예금과 저축성예금 뿐 아니라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 금전신탁, 표지어음을 포함한다.
예금취급기관의 저축성예금을 보면 단기상품을 찾는 가계가 많았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저축성예금의 잔액은 752조4886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 17조8598억원(2.4%) 늘었다.
장기저축성예금의 잔액은 303조8991억원으로 같은 기간 6조8772억원(2.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액 가운데 현금 및 예금의 비중은 42.1%를 차지했다.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자 수익이 줄었음에도 가계가 보유한 예금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이 안전자산 위주로 증가한 것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가계 전체 금융자산에서 현금 및 예금의 비중은 작년 말 43.1%에서 올해 6월 43.0%로 떨어졌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가계의 노후대비 성향 강화로 보험·연금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금·예금의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보험 및 연금준비금은 작년 말 989조148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028조3584억원으로 39조2096억원(4.0%) 늘었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보험 및 연금준비금의 비중은 같은 기간 31.1%에서 31.3%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채권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6월 말 채권 잔액은 179조309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15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가계의 지분증권(주식) 및 투자펀드 자산은 642조6947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 27조3511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