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어카운트 시장 뜨겁게 달아오른다
2011-07-16 이황윤 기자
랩어카운트 잔고는 2004년 말 3조8000억 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8년 최저 가입액 하향 조정과 적립식 랩 출현 등으로 잔고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잔고는 지난해 3월 13조2834억 원에서 1년 후인 지난 3월 22조182억 원까지 급증한 데 이어 지난달 28조2286억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자문사형 랩어카운트 잔고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다. 자문사형 랩 잔고는 지난해 3월 284억 원에서 지난 3월 6519억 원, 지난달 말 2조1533억 원으로 급증했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랩어카운트는 올해 들어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금융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랩어카운트란 증권거래업무와 투자자문을 합쳐 단일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상품이다. 증권사의 금융자산관리사는 투자자가 랩어카운트에 예탁한 자산을 투자자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운용한 뒤 그 대가로 일정률의 수수료를 받는다.
랩어카운트 성장을 촉발한 것은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회사 내 한 부서가 맡고 있던 랩어카운트 운용을 외부에 맡겼다. 그 결과 펀드에 비해 월등한 운용수익이 발생했다.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고 랩어카운트 시장도 급성장했다.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 성장세를 반기는 입장이다. 증권사들은 펀드 환매에 따른 펀드시장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펀드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정작 펀드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은 증권사가 아닌 운용사였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수익률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 나타났다. 바로 ELS(주가연계증권)와 랩어카운트였다.
특히 랩어카운트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랩어카운트 상품 가운데 주식형 랩과 자문사형 랩을 통해 걷는 수수료는 증권사 수익에 큰 도움을 줬다. 주식형 랩과 자문사형 랩의 자산관리 수수료는 2.5~3%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랩어카운트 잔고 1위는 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달 말 기준 13조4030억 원으로 전체 랩어카운트 잔고 28조2286억 원의 47%에 달한다. 대우증권은 잔고 2위 현대증권(4조410억 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문사형 랩 부문 1위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 자문사형 랩 잔고는 9128억 원으로 2위 미래에셋증권(3204억 원), 3위 한국투자증권(2923억 원)을 압도한다. 반면 대우증권의 자문사형 랩 잔고는 업계 7위인 546억 원에 불과하다.
랩어카운트시장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박선호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의 새 수익원인 ELS와 랩어카운트 중 ELS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랩어카운트로는 앞으로 자금이 더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오는 11월18일 개정 은행법이 시행되면 자문사형 랩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개정 은행법은 은행도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문사형 랩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나 ▲자문형 랩이 아직까지 뚜렷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지 못한데다가 ▲자문형 랩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이 기존 수익증권을 환매하거나 해지한 자금일 가능성이 크고 ▲경쟁 격화로 현재의 높은 수수료율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