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전경련 회장직 수락 안 한다"

2011-07-16     이황윤 기자
[매일일보비즈]재계를 대표하는 기관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작업이 한동안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전경련 회장직은 최근 조석래 회장의 사퇴로 공석인 상태다.

재계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의 총수 가운데 한 명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동에서 전경련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지만,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전경련은 이건희 회장이 재계의 수장 자리를 승낙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특히 삼성그룹이 서열 1위라는 점과 내년이 전경련 창립 50주년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점 때문에 전경련 회장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삼성 입장은 다르다.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5일 늦은 오후 그룹의 공식입장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추대에 대해 침묵한 것은 정중한 거절의 의미"라고 알려왔다.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도 "당초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을 면전에서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미소에는 정중한 거절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재계, "4대그룹 총수 가운데 한명이 맡아줬으면···"

전경련은 애초 이번만큼은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한 명이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모두 이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한 이후 정몽구 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정 회장은 그룹 경영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차기 회장에는 전혀 뜻이 없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의 경우 지난 1998년 반도체 빅딜 당시의 앙금이 아직 남아있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선배 총수들이 많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전경련 회장직은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였다. 실제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을 시작으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구자경 LG 명예회장,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맡아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으로서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 자리를 피해왔다.

실제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주요 그룹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김각중 회장(26, 27대), 강신호 회장(29, 30대), 조석래 회장(31, 32대) 모두 재계 서열 30위권 밖의 기업 출신이었다.

◇김승연 회장도 거론···당분간 대행체제 불가피

재계 일각에서는 추진력이 강한 김승연 한화 회장을 꼽는 분위기도 있다. 1952년생인 김승연 회장은 세대교체의 주역으로도 제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회장직을 수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자를 추대하는 전통상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으나, ▲이번에는 4대그룹에서 맡아줬으면 한다는 점 ▲전반적인 세대교체 분위기 등 때문에 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당분간은 정병철 상근 부회장이 회장 대행체제로 가는 것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내년 2월까지 조석래 회장의 잔여임기가 남은 만큼 "일단 더 지켜보자"는 전경련 회장단의 의견과도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