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대외용으로는 '유감'

법조3륜의 긴박한 하루, 법조계 '후폭풍'

2006-09-21     【서울=뉴시스】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지방법원 순회 방문에서 한 발언을 놓고 검찰과 변호사가 21일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변협)는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초유의 성명을 내 앞으로 법조계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예고했다. 반면, 검찰은 정상명 총장 명의의 강경 대응이 발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검찰이 법원의 구속, 압수 영장발부, 양형 기준 등 업무와 관련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대법원장의 발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어서 논란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협, "이 대법원장 즉각 사퇴"

 변협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법조비리 사건으로 법조계 모두가 책임을 공감하고 자정해야 할 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조삼륜(법원.검찰.변호사단체)이 유지해 온 사법부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이 대법원장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 대법원장은 취임 이래 계속되어 온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법 전체의 불신을 초래해 온 데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논란을 매듭지을 것으로 관측됐던 변협이 이 같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대법장의 발언이 자칫 변호사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검찰, 대외용으로는 '유감' 정상명 검찰총장도 같은 날 '대법원장 말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진 대법원장의 말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질서 확립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해 그 기능과 역할을 존중하지 않는 뜻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 수도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차분히 우리를 되돌아보고, 우리에게 맡겨진 본연의 임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일선 검사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한 충고도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지난 20일 대검 차장 주재 대책회의가 열린데 이어, 이날 오전에는 정상명 총장과 수뇌부 12명이 참석한 긴급 간부회의가 이어지면서 대검찰청 주변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오전 중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던 입장 표명이 오후 3시 이후로 늦춰지면서 대응 수위가 상당히 낮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이날 입장 발표는 '대외용'이기 때문에 원칙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조목조목 반박' 검찰은 대외 입장표명과 별도로 이메일을 통해 '전국의 검찰 가족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지휘 서신을 통해 이 대법원장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밀실 수사'라는 발언에 대해 "변호인의 참여가 보장돼 있고 영상녹화 등에 의해 투명성과 적법성이 담보되는 검사실 조사를 밀실수사라고 표현했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바라볼 지 생각해 볼 때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조사한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는 언급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국민을 위한 수사 활동을 담당하는 검사가 적법하게 작성하고 법률로 증거능력이 부여된 조서를 무시해버리라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말씀으로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검사가 공판에 소극적'이라는 말 역시, "공판중심주의의 강화에 따라 증거 분리제출 제도를 확대하고 공판검사 수는 물론 그 역량을 대폭 보강하고 있는 검찰의 노력을 도외시한 것으로 아쉬움이 크다"고 반론을 펼쳤다. 정 총장은 서신의 말미에서 검찰은 최근 논란에 흔들리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대법원, '발언 진의가 잘못된 것 - 사태 수습'

 검찰과 변협의 잇따른 유감 표명이 전해지자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명의로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에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전달했다.
 
 대법원은 본격적인 논란이 가중됐던 지난 20일에도 "대법원장의 발언은 형사재판과 관계가 없다"며 해명했었다.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법조비리에서부터 불어 닥친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행정처는 먼저 대법원장 사퇴 촉구와 관련, "대법원장 발언의 진의와 취지를 수차례 해명한 바 있음에도, 변협이 이 같은 성명을 낸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법정에서 진술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으로서 검찰 기능과 역할을 존중함은 변함이 없다. 법원의 재판 중에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거나 오해될 표현이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변현철 대법원 공보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그야말로 법치주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길이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어려운 길임을 잘 알고 있다"며 발언의 진의가 자기 개혁에 있음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한 확대 간부회의 통해 결정된 것이며 이 대법원장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오는 26일로 예정된 서울고.지법 방문 시 이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