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제성장률 2.8%하향 조정...기준금리 연1.25% 동결(종합)

가계부채·구조조정·美금리인상 여파에 경제전망 또 낮춰

2016-10-13     홍진희 기자
[매일일보 홍진희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 포인트 하향 조정 하고 기준금리는 연 1.25%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에 경제 전망을 낮춘 것은 막대한 가계부채와 해운업 구조조정·미국금리인상 여파에 따른 것이다.13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올해와 내년의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물가 증가율을 각각 이렇게 수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성장률 0.1% 낮춘 2.8%로 하향 조정당초 경제계 전반의 관심은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에 모아졌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쇼크가 갑자기 불거지면서 둔화 위험이 한층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하방 리스크 뿐만 아니라 상방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브렉시트 논의 과정에서 여러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미국이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한다고 해도 일부 취약 신흥국의 상황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어서 그는 대내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이 총재는 다만 우리 경제의 상방 리스크에 대해서는 “원자재 가격이 회복되면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교역 신장률도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이 총재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이 성장률 전망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수출이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아직 생산 중단 결정 이후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 영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 기준금리 연1.25% 동결...넉 달째 동결또한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1.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0.25%포인트 인하한 후 넉 달째 동결됐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가계부채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가계의 카드사용액까지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올 상반기 동안 54조원이나 늘어 6월 말 현재 125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어 7월엔 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3000억원 늘었고 8월 8조6000억원, 9월 6조1000억원 증가했다.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영향이 컸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이주열 총재도 그동안 기자회견과 국정감사 답변 등을 통해 “미국이 연내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구조조정·美금리인상 등 악재 산재해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 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3.2%를 제시했지만 석 달마다 3.0%, 2.9%, 2.8%로 계속 하향조정했다. 9개월 사이 0.4% 포인트나 낮춘 것이다.이번에 눈높이를 또 낮춘 것은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그만큼 반등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2.6%로 추락했고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전망된다.또한 전문가들은 저금리 장기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활발해진 건설투자가 내년에는 둔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민간소비는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소비 여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낙관하기 어렵다. 가계부채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200조원 가까이 늘고 소득 증가가 더딘 상황을 생각할 때 가계가 지갑을 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미국의 금리 인상도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12월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는 내외금리 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앞으로 경기 부진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쓸 여지가 적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자칫 중국 등 신흥국 경제를 흔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해운·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도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실업률이 오르면 민간소비는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9월 실업률은 3.6%로 매년 9월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은 9.4%까지 올랐다.